인체 면역세포에 달라붙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상상도 /martynowi.cz

미국 과학자들이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인간 세포를 감염시키는 짧은 과정을 초고속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로리 핸더슨 미국 듀크대 의학과 교수 연구진은 2일(현지 시각) HIV의 특정 단백질이 인간 세포에 유전자를 주입하기 위해 열리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사람이 HIV에 감염되면 몸의 면역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면서 면역체계가 손상된다. 각종 감염증과 피부암과 같은 악성종양이 생겨 목숨까지 앗아가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에이즈 정복을 위해 HIV 감염 과정을 살피고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HIV는 인간의 면역 세포에 침입해 자신의 유전물질인 RNA(리보핵산)를 전달한다. 바이러스의 RNA는 DNA 형태로 바뀐 뒤 숙주인 인간 세포의 DNA에 들어가 증식한다. 이 과정에서 HIV 외피의 당단백질이 면역을 담당하는 인간의 T세포 수용체에 붙어 감염 과정을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가속기 시설을 이용해 X선으로 감염을 막 시작하는 바이러스의 구조를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외피의 당단백질은 감염 초기 100만분의 1초 만에 열렸다가 닫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숙주 세포 표면에 당단백질이 붙으면 바이러스 외피의 구조가 튀어나와 수용체와 결합하는 부위가 노출된다고 보고 있다. 이후 바이러스 RNA가 숙주 세포 안으로 주입된다.

연구진은 “바이러스 표면의 단백질이 이런 식으로 움직일지 몰랐다”며 “항체의 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해 노력한 것들이 효과가 없었던 이유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이 구조가 바뀌는 것을 고려해 항체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HIV 신규 감염자 수는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HIV 특성상 한번 감염되면 만성질환처럼 평생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관리해야 하는 만큼 감염을 막을 항체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당단백질이 마치 스프링이 튀어나오는 것을 방지하듯 바이러스의 민감한 공동 수용체 결합 부위를 보호하는 것 같다”며 “바이러스 표면의 당단백질이 열리지 않게 고정하는 항체를 만들면 감염 과정을 멈출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이날 소개됐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4),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j0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