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국립전파연구원이 최근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협약을 맺고, NOAA의 기상위성 자료를 상호 공유할 수신국을 구축·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태양 활동으로 인한 전파 재난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우주 기상 관측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태양 표면의 폭발 현상은 위성 오작동을 비롯, 항공 운항과 위성 항법 장치(GPS) 수신 불량 등 교통과 통신에 광범위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올해부터 태양 활동 극대기가 시작돼 내년 여름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주 기상 관측을 위한 각국의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다.
◇中, 지상 최대 우주 기상 관측소에 2750억원 투입
지난달 중국의 왕츠 국가우주과학센터(NSSC) 국장은 중국 국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주요 우주 인프라를 보호하고 중국 과학자들을 우주 기상 연구의 최전선에 서게 할 ‘자오선 프로젝트’가 최근 2단계 공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자오선 프로젝트는 중국 대륙을 우물 정(井)자 형태로 수직·수평으로 잇는 우주 기상 관측망을 일컫는다. CCTV는 “자오선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규모 우주 기상 통합 관측 네트워크”라고 전했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 최북단 헤이룽장성 모허에서 남부 하이난섬까지, 동부 해안 상하이에서 서쪽 끝 시짱(티베트)자치구 라싸까지 이어지는 우주 기상 관측 시설을 구축하는 것이다. 지난 8년간 15억위안(약 275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수십개국에 걸쳐 5000여 개의 관측 장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헤이스택 관측소를 비롯해 러시아, 캐나다, 브라질, 일본, 호주, 프랑스에 있는 연구소들과 협약을 맺었다.
태양의 활동을 관측하는 기상위성과 달리 지표면에 위치한 우주 기상 관측소는 지구 자기권의 변화를 관측한다. 기상청 국가기상위성센터 김지영 연구관은 “태양에서 방출된 물질이 실제 지구 자기권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또 각국 기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선 지상 관측기가 필요하다”며 “중국은 워낙 면적이 넓다 보니 대륙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더 촘촘하게 감시하기 위해 대규모 관측 시설을 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NASA는 지난달 NOAA와 협약을 맺고 우주 기상 관측을 위한 차세대 이온 관측기 개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태양풍에는 다양한 이온 입자가 포함되어 있어 지구 자기권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더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든다는 것이다.
◇항공·위성·통신에 영향 주는 ‘우주 기상’
우주 기상은 태양 활동으로 발생하는 지구 또는 지구 주변의 전자기(電磁氣) 현상을 일컫는다. 태양 활동에 따른 우주 기상 변화는 지구에서 관측되는 오로라에 그칠 수도 있지만, 심할 경우 통신과 항공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인공위성과 우주 비행사의 안전도 위협한다.
최근의 대표 사례는 2022년 2월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40개가 동시에 궤도를 이탈한 것이다. 당시 스페이스X 측은 ‘지자기(地磁氣) 폭풍’이라고 불리는 우주 기상 현상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자기 폭풍은 태양 표면에서 홍염(紅焰)으로도 불리는 ‘플레어(에너지 폭발)’가 일어나면서 발생한 전자기파가 지구 자기권을 강타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 경우 지구 표면과 주위 공간을 둘러싼 자기장에 교란이 발생한다. 1989년 3월 캐나다 퀘벡 지역을 마비시킨 9시간 정전 사태도 지자기 폭풍 때문이었다.
태양의 활동 정도는 플레어나 코로나 질량 방출 같은 폭발 현상의 지표로 꼽히는 흑점의 개수 변화를 통해 파악한다. 활동이 활발할수록 흑점 수가 많아지고, 침체될수록 적어진다. 태양 활동은 약 11년을 주기로 극대기와 극소기를 반복하는데, 올해는 극대기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된다. NASA와 NOAA 등에 소속된 기상학자 12명으로 구성된 예측위원회는 내년 7월 태양 활동이 극대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일부 학자는 예상보다 6개월 이상 앞선 올해 하반기에 극대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