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등이 켜진 한미약품 본사의 모습./뉴스1

OCI 그룹과의 통합을 선언한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내홍이 주주총회 표 대결로 이어질 전망이다. 통합에 반대해 온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이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경영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다.

형제 측은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사회를 통해 경영권 교체 후,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대표에 임종훈 사장이, 자회사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임종윤 사장이 각자 대표이사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 9일 한미사이언스에 자신들과 이들이 지정한 4명의 후보자 등 6명을 한미사이언스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해 달라고 주주제안권을 행사했다.

형제 측은 자료를 통해 “금번 행사한 주주제안의 목적은 단순한 이사회 진입이 아니라 선대회장의 뜻에 따라 지주사와 자회사의 각자 대표이사로 한미약품그룹을 경영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한미그룹 경영진이 임 전 회장의 작고 이후 장·차남을 배제하고 밀실 경영으로 기업 가치를 훼손했다는 것이 형제 측의 주장이다.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주주제안한 안건은 주총에 자동으로 상정된다. 이에 따라 형제 측의 제안은 주총에서 표결로 결정된다.

현재 두 형제와 그 배우자 및 자녀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28.4%로 모친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특수 관계인의 지분 31.9%보다 적다. 그러나 송 회장 측 지분 중 가현문화재단(지분율 4.9%)과 임성기재단(지분율 3%)은 공익법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형제 측의 주장이다. 현행법상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국내총생산 0.5% 이상)의 공익법인은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고 있다. OCI가 대기업집단에 해당되는만큼 통합을 결정한 한미그룹의 공익법인도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이날 한미그룹 측은 “지난 10년간 임종윤 사장은 한미에 거의 출근하지 않았고, 본인이 사내이사로 재임하는 한미약품 이사회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경영권 분쟁 상황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본인의 다중채무를 해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양측은 3월 주총을 앞두고 표 모으기에 힘쓸 전망이다.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은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개인 주주 중 최대 지분(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12%)을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의 결정이다. 신 회장은 임 전 회장의 고등학교 후배로, 현재까지 중립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