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북극곰의 살을 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캐나다 매니토바주 서부 허드슨만 일대 북극곰 20마리의 신체 활동을 추적한 결과를 최근 밝혔다. 연구 결과, 북극곰은 기후변화로 해빙(海氷)이 줄어들자 먹이를 구하려고 예전보다 긴 거리를 움직여 체중이 하루 평균 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해빙이 줄어든 여파로 북극곰(위쪽 사진) 체중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른쪽 사진은 기후변화 영향을 받아 이동 반경이 절반으로 줄어든 북미의 철새 백두루미다. /미국 농무부·데이비드 맥기치

연구진은 “북극곰의 주된 먹이는 바다표범인데, 기후변화로 해빙이 줄어들어 육지의 작은 물고기를 사냥해야 했다”며 “연구 대상 북극곰 20마리 중 19마리가 체중이 하루 1kg씩 줄었고, 평소보다 19배나 많은 에너지를 쓴 북극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동물의 신체 변화뿐 아니라 서식지 등 생존 방식에 점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덴마크 그린란드천연자원연구소의 북극고래 연구에 따르면, 북극고래의 서식지도 해빙의 변화에 따라 바뀌고 있다. 찬 바다에서 먹이(플랑크톤)를 섭취하는 북극고래는 해빙과 해류에 따라 서식지를 옮기는데, 연구팀은 북극고래 98마리의 서식지를 11년 동안 관측했다. 연구 결과, 봄·여름에 해빙이 줄어들면서 점점 더 북쪽(고위도)에서 서식하고 가을·겨울에는 해수면 온도의 급격한 하락으로 더 남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북극고래가 급격한 온도 변화로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있으며, 고래 서식지가 변하면서 해양 생태계의 교란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직접적으로 빙하가 녹는 북극이 아닌 지역에서도 동물들의 생활 패턴과 반경이 바뀌고 있다. 예컨대 북미의 철새 백두루미는 기후변화 심화에 비례해 이동 거리가 짧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 센켄베르크 생물 다양성 기후 연구센터가 18년 동안 북미 백두루미 175마리를 추적한 결과, 겨울에 따뜻한 남쪽을 찾아 1800㎞를 날았던 백두루미의 이동 반경이 900㎞로 크게 줄었다. 특히 경험·나이가 많은 백두루미가 많을수록 집단의 이동 거리가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