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반기만 해도 ‘상온 초전도체’라는 개념은 일부 물리학자들의 관심사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주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얘기가 됐습니다. 지난해 여름 국내 연구진이 상온 초전도체 ‘LK-99′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면서 초전도체 비슷한 얘기가 들어간 관련주는 급상승과 폭락을 반복했습니다. 이후 잠잠하던 상온 초전도체가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상온 초전도체 주장 물질 ‘LK-99′를 개발한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지분을 보유해 ‘초전도체 대장주’로 불리는 신성델타테크 주가는 21일 전일 대비 29% 급등한 17만원대까지 올랐다가 장 마감을 앞두고 17% 급락 마감했습니다.
상온 초전도체 이슈가 다시 부활한 것은 LK-99를 개발한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와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 등이 내달 4일 미국물리학회(APS) 학술 대회에서 새로운 상온 초전도체 ‘PCPOSOS’ 연구 성과를 발표한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연구소 측은 PCPOSOS가 LK-99에 황(S)을 더한 새로운 물질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LK-99 논문이 정식 학술지가 아닌 온라인 사전 공개 사이트를 통해 나오는 과정에서 불거진 혼란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겁니다.
학계에서는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지난해 12월 국내 전문가들로 구성한 ‘한국초전도저온학회 LK-99 검증위원회’는 공식적으로 LK-99가 상온 초전도체라는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한 물리학계 관계자는 “학회는 누구나 신청하면 연구 성과를 발표할 수 있는 자리”라며 “APS 홈페이지를 보면 퀀텀에너지연구소 발표 시간이 13분으로 나와있는데, 누구나 초록만 내면 발표가 가능한 일반 세션이라는 것을 뜻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APS는 지난 2001년 또 다른 초전도체를 발견했다는 일본 연구팀을 초청해 4시간짜리 특별 세션을 연 바 있습니다.
결과가 어떻든 다음 달 4일은 국내 주식시장 초전도체 테마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상을 뒤흔들 발견이 나올지, 또 다른 시장의 광풍으로 기록될지 모르겠지만 이 과정에서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는 없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