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문연구원이 복원해낸 '남병철 천문의'모델의 모습./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문헌으로만 전해지던 조선 시대 문화유산 ‘남병철 혼천의’가 복원됐다. 혼천의는 지구, 태양, 달 등 여러 천체의 움직임을 재현하고 그 위치를 측정하는 기기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조선 후기 천문유산인 남병철 혼천의 복원 모델 제작에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남병철 혼천의는 기존의 혼천의를 보완하고 개량한 것으로 현대천문학으로 넘어오기 이전까지 사용되던 천체 관측 기구다. 조선 후기 천문학자 남병철(南秉哲, 1817~1863)이 집필한 의기집설(儀器輯說)’의 ‘혼천의’편에 기록되어 있다.

남병철 혼천의는 관측의 기준이 되는 북극 고도를 조정하는 기능을 갖춰 장소를 옮겨가며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 기존 혼천의는 북극 고도를 관측지에 맞게 한번 설치하면 더 이상 변경할 수 없었다.

또 기존의 혼천의는 회전축이 고정되어있어 특정 관측만 가능했던 반면 남병철 혼천의는 고리가 설치되어있어 축을 움직여 다양한 천체 관측이 가능하다. 고도, 방위 측정은 물론이고, 황경과 황위, 적경과 적위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남병철은 가장 안쪽 고리(사유권)의 회전축을 두 번째 안쪽 고리(재극권)에 있는 3종류의 축인 적극축, 황극축, 천정축을 연결해 상황에 맞는 천체 관측이 가능하도록 혼천의 기능을 더욱 확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김상혁 책임연구원을 필두로 20여년 전부터 남병철 혼천의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본격적인 복원은 2022년 한국천문연구원 민병희 책임연구원, 국립과천과학관의 남경욱 연구관 등이 연구팀을 구성해 진행해왔다. 연구팀은 과학기술적 관점에서 ‘의기집설’의 내용을 다시 번역해 기초 설계를 진행했다. 이후 충북Pro메이커센터 및 전문 제작 기관과 협업해 남병철 혼천의 모델 재현에 성공했다.

복원된 남병철 혼천의는 올해 하반기에 국립과천과학관에서 특별 전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