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광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57회 운영위원회' 를 주재하고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이 처음으로 중국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과학기술은 일본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발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57회 운영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의 ‘2022년도 기술 수준 평가 결과안’을 보고했다. 정부는 과학기술 수준을 점검하기 위해 11대 핵심 기술에 대해 2년 주기로 미국·유럽연합·일본·중국과 한국을 비교해 평가하고 있다. 이번 평가는 건설‧교통, 재난안전, 우주‧항공‧해양, 국방, 기계‧제조, 소재‧나노, 농림수산‧식품, 생명‧보건의료, 에너지‧자원, 환경‧기상, 정보기술(ICT)‧소프트웨어 등 11대 분야 136개 기술을 대상으로 논문 및 특허 건수 등을 평가한 정량 분석과 전문가 평가를 병행했다.

그래픽=김하경

평가 결과 각국의 과학기술 수준은 미국을 100%로 봤을 때 EU(94.7%), 일본(86.4%), 중국(82.6%), 한국(81.5%) 순이었다. 한국의 기술 수준은 2020년보다 1.4%포인트 향상됐는데 같은 기간 중국은 2.6%포인트 상승하면서 중국이 한국을 앞질렀다. 중국이 한국을 앞선 것은 조사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의 현재 기술 수준을 따라잡는 데 필요한 시간을 의미하는 기술 격차는 중국이 3년, 한국이 3.2년이었다.

중국은 137개 기술 가운데 국가 전략 기술 50개를 대상으로 한 세부 평가에서 더 높은 경쟁력을 보였다. 이 분야 기술 수준은 미국(100%), EU(92.3%), 중국(86.5%), 일본(85.2%), 한국(81.7%) 순으로 중국은 전통의 과학기술 강국인 일본까지 제쳤다. 분야별로는 한국은 이차전지만 세계 최고 수준 기술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첨단 모빌리티, 차세대 통신 등 한국이 앞서가는 것으로 알려진 분야에서도 중국보다 뒤처졌다. 우주항공·해양 분야와 양자 분야는 기술 수준이 미국 대비 각각 55%, 65.8%로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낮았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평가에서 전력 반도체, 양자 컴퓨팅, 우주 분야 대형 다단 연소 사이클 엔진 등을 새로 평가 대상으로 반영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가 전략 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우리 정부는 시도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규제를 풀고 투자하고 있다”면서 “위기감을 가지고 과학기술 정책을 혁신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