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착륙선과 탐사로봇 잔해 등이 남아 있는 장소로 미 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사진. /미 항공우주국(NASA)

미래 인류가 이주할 만한 가장 유력한 행성으로 꼽히는 화성에 쓰레기가 쌓이고 있다. 각국의 화성 탐사 로봇과 기기가 수명이 다하거나 사고로 버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은 수명이 다한 채 화성에 버려진 착륙선, 탐사선 실태와 지도를 공개했다. 화성 곳곳엔 이런 폐기물이 어지럽게 버려져 있다. 여기에 지난 1월 작동을 멈춘 화성 탐사용 무인 헬리콥터 인저뉴이티(Ingenuity)의 잔해 1.8㎏이 더해졌다. NASA는 화성 폐기물 무게가 7t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1월 고장으로 화성에 방치된 무인 헬기 '인저뉴이티'를 화성 탐사 로봇이 찍은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이번에 폐기된 NASA의 인저뉴이티는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상공을 비행한 첫 초소형 헬기다. 2021년 2월 화성에 도착했을 당시엔 1개월간 최다 5번 화성 비행을 목표로 했으나, 2024년 1월까지 3년 가까이 버티며 총 72번 비행 임무를 수행했다. 화성은 지구 밀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대기가 희박하기 때문에, 인저뉴이티는 지구의 일반 헬기보다 5~6배 빠르게 날개를 회전시켜 양력을 일으켜 비행했다. 그러다 지난 1월 18일, 착륙 도중 회전 날개가 손상돼 더 이상 날 수 없게 됐다. 이렇게 임무가 끝난 인저뉴이티 잔해를 지난달 25일 이동형 탐사 로봇(로버) ‘퍼시비어런스’가 발견했다.

인간이 화성에 흔적을 남기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1년 소련의 마스 2호 착륙선이 화성으로 하강 중 추락해 화성의 첫 폐기물이 됐다. 이어 소련의 마스 6호 착륙선도 설계 결함으로 통신이 끊겨 화성에 방치됐고, 영국의 비글 2호도 화성 쓰레기가 됐다. NASA가 화성 남극 지역을 탐사하기 위해 보낸 탐사선 ‘마스 폴라 랜더’도 1999년 착륙 과정에서 추락했다. 이 밖에 화성에는 탐사선이 착륙 과정에 사용한 낙하산과 탐사 로봇의 타이어 등 여러 잔해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주 쓰레기를 연구하는 영국 워릭대의 제임스 블레이크 박사는 “임무가 끝나면 지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화성 탐사선을 만들고, 화성 착륙 과정에서도 부품 잔해가 최소한으로 남도록 설계해야 한다”며 “미래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화성 탐사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