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15~34주 여성들의 양수에서 채취한 세포로 태아의 폐와 신장 등 인공 장기(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양수에서 구한 세포로 오가노이드를 만든 첫 사례로, 선천성 기형 질환 연구와 치료에 새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파올로 드 코피 교수 연구팀은 임산부 12명의 양수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해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5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연구팀이 양수에서 구한 세포 가운데 일부가 태아의 폐, 신장 등을 만드는 줄기세포였고, 이를 배양했더니 약 4주 뒤 실제 장기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조직으로 발전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적용해 선천성 횡격막 탈장을 가진 태아의 세포로 폐 오가노이드를 만들었다. 이 질병은 횡격막 부위 구멍이 생겨 폐에 압박을 가하는 질환이다. 연구팀이 배양한 폐 오가노이드에서 태아와 같은 질환과 증상이 나타났고, 폐에 점액이 쌓이는 낭포성 섬유증을 비롯해 다른 선천성 질환도 오가노이드에서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예전에는 태아의 선천성 질환을 초음파 영상이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예측했는데, 이제는 태아의 세포를 기반으로 한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실제 질환 유무를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태아에게 직접 약물을 주입하거나 신생아를 대상으로 수술을 하기 전에 오가노이드를 대상으로 다양한 치료법을 시험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출생 전 아기의 선천성 질환 여부 등을 오가노이드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이 기술을 응용해 맞춤형 치료법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연구가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기 위해선 대규모 연구와 임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이번 오가노이드 생성은 고가의 특수 장비 없이 기본적인 세포 배양 기술로도 가능해 잠재적으로 산부인과 병원에서 널리 쓰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는 임신 후기 태아 발달에 관한 후속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