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NASA(미 항공우주국)’로 불리는 우주항공청이 5월 말 출범을 앞두고 본격적인 인재 채용에 돌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은 “14일 채용 공고와 채용 설명회를 시작으로 우주항공청 연구원 채용과 인재 모집에 들어간다”며 “5월 27일 출범 전 120명 내외 인력을 채용하고, 하반기부터는 고위 연구원을 꾸준히 수급해 최종적으로 약 300명의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우주 발사체(로켓)와 인공위성 연구·개발, 우주탐사 실무를 총괄하는 본부장에겐 대통령과 같은 연봉 2.5억원 수준의 급여가 기본으로 책정됐고, 필요에 따라 더 많은 임금도 지급한다. 핵심 연구원은 1억원이 넘는 급여를 준다. 국가 행정조직 공무원에게 대통령 이상의 임금을 주는 것은 우주항공청 본부장이 최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우주개발 예산을 1.5조원까지 확대하겠다”며 세계 5대 우주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우주항공청 출범 초기에 얼마나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느냐가 한국 우주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래픽=양인성·양진경

◇NASA 벤치마킹한 파격 대우

우주항공청은 우주개발과 우주산업 육성을 총괄하는 행정기관으로, 한국의 독자 발사체(로켓)를 비롯한 인공위성 연구·개발(R&D)을 맡는다. 이 밖에 우주산업 정책을 마련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도 지원한다. 2032년 달 탐사, 2045년 화성 탐사 같은 한국 우주개발 목표의 최선봉에 설 계획이다.

우주항공청추진단은 발사체와 인공위성·우주탐사·항공 혁신 등 실질적인 임무를 추진할 우주항공임무본부장에게 대통령급인 연봉 2.5억원을 책정하고 전 직장 연봉 수준을 고려해 필요할 경우 이보다 높은 연봉을 제시하기로 했다. 또 본부장 산하의 각 부문장과 청장에겐 차관급 연봉인 1억4000만원, 우주항공청의 핵심 실무 인력인 선임연구원(5급 대우)에겐 8000만원에서 최대 1억1000만원의 연봉을 지급하기로 했다. 가장 직급이 낮은 7급 연구원에겐 6000만~9000만원의 연봉을 준다.

이런 파격적인 대우는 NASA를 벤치마킹했다. NASA는 기본적으로 미국 공무원 임금 체계를 따르지만,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의 연구원에겐 더 높은 직급의 공무원 대우를 해준다. NASA의 핵심 연구 센터인 마셜 우주비행센터 부국장 연봉은 21만달러(약 2억7700만원), 컴퓨터 공학자와 우주비행사 후보생이 15만~16만달러 수준이다. 일반 연구원도 고위직을 제외한 일반 공무원 최고 연봉 수준의 대우를 보장받는다. 이재형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은 “본부장을 제외한 다른 인재들도 필요에 따라 기준 상한을 넘는 연봉을 지급하기로 했다”며 “우주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승부수”라고 설명했다.

이번 우주항공청 채용에선 31개 직위 총 50명의 선임연구원과 연구원을 우선 채용한다. 우주항공청 공무원은 임기제로 기본 3~5년 근무 후 최대 10년까지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근무한다. 이재형 추진단장은 “임기제는 산업·학계와 꾸준한 인력 교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양진경

◇사천 인프라 조성이 관건

높은 대우를 보장하면서도, 정부는 인재 확보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주항공청이 사천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10년 차 우주항공업계 관계자는 “파격적인 대우에 우주항공청 지원을 고려했지만, 가족을 생각하면 사천은 교육·생활 인프라가 수도권보다 빈약하다”며 지원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우주항공 인재풀로는 우주항공청을 꾸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천문연구원에 항공우주 관련 연구원들이 근무하지만, 이 인력들이 우주항공청으로 넘어오면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방식에 그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해외·산업·학계의 외부 인력을 끌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추진단장은 “채용 설명회에 이미 300명 이상이 참석을 희망했고, 해외 인재 물색을 위해 네트워크를 동원하고 있다”며 “사천 거주 문제도 초기 주거비를 지원하고, 기숙사를 지어 인프라를 빠르게 확보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