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3기의 스타링크 위성을 싣고 우주로 날아가는 스페이스X의 팰컨9 /A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미국 정부와 2조원대 계약을 체결하고, 비밀리에 스파이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현지 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미 정보기관 국가정찰국(NRO)과 2021년 18억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고, 스페이스X의 군사용 위성 ‘스타실드(Starshield)’ 사업부에서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는 관계자 5명을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을 취재했다고 밝혔다. 스타실드와 미 정부의 구체적인 계약 규모와 내용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페이스X가 미 정부와 구축 중인 스파이 위성 네트워크의 목표는 ‘세계 모든 곳의 잠재적인 목표를 신속, 정확하게 발견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최종 수백개 위성으로 구성될 스타실드는 대형 카메라처럼 지구를 포착하는 이미지 센서 위성과 정보를 지구로 전달하고 통신하는 위성으로 구성된다. 로이터는 “이 위성 네트워크가 완성되면 아무도 숨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스페이스X는 2020년 이후 12기의 스타실드 테스트용 위성을 자체 발사체(로켓) 팰컨9에 탑재해 우주로 올린 상태다. 스타실드 구축이 어느 정도 완성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스페이스X는 민간 통신용으로 만든 저궤도 위성 통신망 ‘스타링크’를 위해 5500개의 위성을 쏘아올리며 노하우를 쌓은 상태이다. 스페이스X의 팰컨9은 한 번 우주로 갈 때 최대 60여 개 위성을 우주로 옮길 수 있고, 발사 비용은 기존 로켓과 위성의 10분의 1 수준이다. 미국 정부가 위성 통신망 구축 분야에 있어 세계 최고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가진 스페이스X를 활용해 최신 군사·첩보 위성망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주 위성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러시아·중국도 대응에 나섰다. 중국은 위성 통신망 구축을 위해 2021년 국영기업 중국위성네트워크그룹(CSNG)을 출범하고, 2030년까지 총 2만여 기의 위성을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위성을 격추하는 미사일 기술을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