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의 주요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지분 12.15%)이 임종윤·종훈 형제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두 형제가 경영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미그룹은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아내 송영숙 회장과 딸인 임주현 사장, 그리고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사장 간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현재 경영권을 쥔 송 회장 모녀 측이 과도한 상속세 문제 해결과 경영 안정을 이유로 소재·에너지 전문 기업 OCI와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송영숙 회장(왼쪽)과 장녀인 임주현 사장/ 조선DB

창업주의 고교 후배인 신 회장은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상속세와 주식 담보대출 등 대주주들이 개인적인 사유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동안, 회사 경영에 대한 적시 투자 활동이 지체되고 기업과 주주 가치는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며 임종윤·종훈 형제 지지를 밝혔다. 신 회장은 또 “최근 일부 대주주가 다른 주요 주주들에게 회사 주요 경영과 관련한 일체의 사안을 알리지 않고, 회사의 지배 구조 및 경영권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거래를 행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OCI와의 통합에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신 회장의 입장이 나오자 송 회장 모녀 측은 “OCI그룹과의 통합은 결코 대주주 몇 명의 개인적 목적을 위해 추진된 것이 아니다”라며 신약 개발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형제 측이 주장하는) 시총 200조와 같은 비전을 오로지 ‘한미 혼자만의 힘’으로만 달성할 수 있겠냐” “(OCI와의 통합으로) 글로벌 한미라는 비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있었다”며 주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신 회장의 지지를 더하면 형제 측은 31.47% 지분율을 확보하게 됐다. 반면 모녀 측은 한미사이언스 산하 가현문화재단, 임성기재단의 지분율을 합쳐 27.75%를 확보한 상황이다. 지분 7.66%를 가진 국민연금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았지만,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지지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양측은 28일 주총에서 각기 다른 이사 후보를 내고 표 대결을 벌이게 된다. 지금대로라면 두 형제가 주총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형제 측이 새롭게 이사회를 구성해 CEO(최고경영자)를 교체하고, OCI와의 통합을 되돌릴 것으로 보인다. 형제 측이 OCI와의 통합을 중단시켜 달라는 취지로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의 결과도 이번 주 중 나올 예정이다.

한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24일 오후 성명을 통해 “OCI와의 통합이 마무리되면 OCI홀딩스에 요구해 향후 3년간 한미사이언스 주요 대주주 주식을 처분 없이 예탁하겠다”며 두 형제도 ‘3년간 지분 보호예수’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한미사이언스 주주들이 걱정하는 주가 하락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또 임종윤 사장에게 “지금까지 무담보로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대여금 266억원을 즉시 상환하라”며 25일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