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방 식단이 당뇨 환자의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른바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이 세계적으로 유행인 가운데, 당뇨 환자가 지나치게 고지방 위주로 식단을 짜면 뇌에 영향을 끼쳐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 A&M대학교 연구진은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고지방 식단이 염증 조절 단백질 발현을 억제하고, 결국 뇌로 이어지는 염증 반응을 초래하면서 알츠하이머 유사 증상을 일으키는 것을 확인했다고 24일(현지 시각)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26일까지 열리는 미국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회 연례 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최근 제2형 당뇨가 알츠하이머의 발병에 영향을 끼치거나 인지 저하를 가속화한다는 등의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당뇨병과 알츠하이머는 세계적으로 급증 추세인 질병으로 꼽힌다. 비만한 사람과 고지방식을 섭취한 실험 쥐를 대상으로 한 선행 연구에서는 면역과 염증을 조절하는 효소 중 하나인 야뉴스키나제3(Jak3) 발현이 억제된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번 실험 결과 Jak3의 발현이 억제된 실험 쥐는 장에서부터 간을 거쳐 뇌로 이어지는 일련의 염증 반응을 보였다. 이는 실험 쥐의 뇌에서 치매의 원인 물질로 추정되는 베타 아밀로이드와 과인산화된 타우 단백질이 과도하게 발현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치매와 비슷한 인지 장애 등 알츠하이머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 것이다. 연구진은 “고지방 음식으로 인한 Jak3 발현 저하가 만성 염증과 뇌의 독성 물질 제거 능력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은 알츠하이머 유사 증상 등으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고지방 식사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저탄고지 식단이 알츠하이머 위험을 높인다는 의미는 아니다. 앞선 연구에서는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저탄수화물 식사가 당뇨 환자에게 효과적이라는 결과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뇨 환자에게 저탄수화물 식단은 필요하되 지나친 고지방 식사는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건강한 식단으로 염증 경로를 막으면 알츠하이머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