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12일 그린란드 스코레스비 피오르드의 빙산이 녹아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유엔은 지난해 기후변화로 빙하가 기록적인 얼음 손실을 보았다며 2024년은 더 더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AFP 연합뉴스

기후변화가 지구 자전 속도에 영향을 끼쳐 윤초(閏秒) 적용 시기를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온난화로 지구의 시간이 변하면서 일상과 산업 전반에 혼란을 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초는 세계 협정시로 쓰이는 ‘원자시계’와, 지구 자전 속도를 기준으로 한 ‘천문시계’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더하거나 빼는 시간이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 연구진은 2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지구온난화로 녹아내리는 극지방 빙하가 해수와 지구 질량 분포 등에 영향을 끼쳐 지구 자전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윤초 적용 시기도 당초 예상했던 2026년보다 3년쯤 늦어질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다.

윤초는 1972년 도입돼 현재까지 총 27차례 1초를 더했다. 가장 최근의 윤초는 2016년 12월 31일 오후 11시59분 59초, 11시 59분 60초, 다음 날 새벽 0시 00분 00초로 1초가 더해졌다. 윤초 적용 시기가 불규칙해지면서, 정확한 시간을 요구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윤초 적용 오류를 범하면 적지 않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2017년 새해 첫날 미국의 네트워크 기업 클라우드플레어의 윤초 적용 과정에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고, 앞서 2012년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은 윤초 적용 문제로 30분 이상 운영이 중단됐고, 호주에선 항공기 운항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과학기술계 일각에서는 기후변화로 지구 자전 속도가 더욱 불규칙해져 윤초 예측과 적용에 문제가 잦아질 경우, 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금융과 교통 등 지구촌 곳곳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논문을 발표한 연구진은 “기후변화가 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더 많은 사람이 깨닫고 온난화를 막기 위한 행동을 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번 논문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을 덮고 있던 수㎞ 두께 빙하 등이 녹아내리면서 해수와 지구 질량 분포 등에 영향을 끼쳐 지구 자전 속도를 늦추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지구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서 윤초를 적용해야 할 시간도 3년쯤 늦어질 것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당초 지구 자전 속도가 빨라져 사상 처음으로 1초를 빼는 윤초를 2026년에 적용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지구온난화가 자전 속도를 늦추는 작용을 해 윤초 적용 시기가 2029년으로 늦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지구 자전 속도는 달의 인력, 지구 내부의 핵, 해수 영향 등을 받는데, 온난화 변수가 더해져 앞으로 윤초 적용 시기를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윤초 적용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어 산업계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앞서 2012년 호주 공항에서는 윤초로 발권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해 항공기 400여 편의 운항이 2시간 이상 지연됐다. 이런 문제 때문에 메타, 아마존, 구글 등 인터넷 기반 기업들은 윤초 폐지를 줄곧 주장해왔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윤초 적용이 3년 지연될 것이라는 이번 연구의 예측을 희소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1초를 빼게 되는 윤초 적용이 어떤 문제를 낳을지 몰라 우려했는데, 그 시점이 뒤로 늦춰져 시간을 벌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윤초 폐지 시기를 더 앞당기자는 목소리도 나올 전망이다. 앞서 2022년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윤초를 2035년까지 폐지하기로 결정했고, 유엔 산하 전문 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도 윤초 폐지 결의안을 지난해 채택했다.

☞윤초(閏秒)

윤달이나 윤년처럼 ‘인간의 시간’과 천문의 시간을 맞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초(秒) 단위 시간이다. 현재 인간은 세슘 원자의 진동 주기를 기준으로 한 ‘원자시계’를 사용한다. 하지만 지구의 자전 속도는 미세하게 조금씩 바뀐다. 이 때문에 둘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를 보정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 초를 더하거나 뺀다. 윤초는 1972년 도입돼 현재까지 총 27차례 1초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