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 셀트리온이 세계 유일 인플릭시맙 피하주사(SC) 제형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를 지난 15일(현지 시각) 미국 전역에 출시했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신약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최첨단 바이오 시장을 이끄는 글로벌 대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26일 주주총회에서 “짐펜트라를 출시한 미국에는 염증성 장 질환(IBD·Inflammatory Bowel Disease) 관련 병원이 2800곳 있고 의사는 7500명 있다”며 “이들에게 짐펜트라를 소개하고 조기에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6월 말까지 미국 병원을 순회할 것”이라고 했다. 서정진 회장의 진두지휘와 더불어 그룹 전체가 힘을 모아 짐펜트라를 연매출 1조원 이상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짐펜트라가 미국 시장도 석권할 것”
셀트리온은 지난해 마무리한 합병의 시너지가 본격화되는 올해를 글로벌 바이오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전기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차세대 성장 동력 ‘짐펜트라’를 앞세워 세계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짐펜트라는 셀트리온이 미국 시장에 선보이는 첫 번째 신약이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 시밀러 ‘램시마’의 인플릭시맙 성분을 SC 제형으로 바꾼 제품이다. 셀트리온은 앞서 유럽에서 출시한 ‘램시마SC’를 미국 내 신약으로 출시하기 위해 궤양성 대장염 환자와 크론병 환자를 대상으로 각각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 결과를 확보한 뒤, 지난해 10월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판매 허가를 받고 이번에 미국 시장에 출시한 것이다.
짐펜트라는 미국 출시 전에 이미 유럽에서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유럽에서 램시마SC는 환자들과 의료진의 호응을 받으며 시장점유율이 이미 20%를 넘어섰다”고 했다. 램시마SC는 유럽은 물론 캐나다 등 50여 국가에서 판매 허가를 획득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이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으로 진출한 짐펜트라는 셀트리온의 미국 현지 법인이 판매를 담당한다. 서정진 회장을 비롯해 셀트리온의 주요 경영진이 올 초부터 미국 곳곳의 의료진을 만나 짐펜트라의 우수한 효능을 알리고 있다. 셀트리온은 “3월 현재 미국의 중소형 처방약 급여 관리 업체(PBM)들과는 사전 협상을 완료했고, 대형 PBM과는 2분기 안에 선호 의약품 등재를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인플릭시맙을 포함한 종양 괴사 인자 알파(TNF-α) 억제제의 미국 시장 규모(2022년 기준)는 477억3600만달러(약 62조570억원)에 달하고, 짐펜트라가 우선 타깃으로 하는 IBD 치료제 시장은 98억2700만달러(약 12조8000억원)로 집계된다.
◇포트폴리오 시너지로 안정적 수익 창출
셀트리온은 앞서 미국에서 ‘인플렉트라’ 제품명으로 출시한 램시마와 짐펜트라가 시너지를 내면서 미국 내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서 인플렉트라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시장점유율이 28%로 집계됐다.
앞서 유럽에서는 정맥주사 제형인 램시마와 피하주사 제형인 램시마SC가 시장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유럽 주요 5국에서 램시마와 램시마SC 합산 점유율은 72%에 달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짐펜트라는 글로벌 임상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고, SC 제형이라는 편의성도 갖춰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램시마, 유플라이마, 짐펜트라가 포트폴리오로 구축되면서 미국에서 셀트리온의 영향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또 짐펜트라의 제형 및 투여에 관한 특허는 2040년까지 보호받을 가능성이 높아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내년까지 11개 바이오 시밀러를 출시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 신규 품목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