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쥐 배아(왼쪽)와 발달 과정에서 특정 유전자를 비활성화시킨 배아의 모습. 오른쪽 배아의 경우 다리가 6개다. /네이처 홈페이지

포르투갈 과학연구소 실험실에서 다리가 6개 달린 쥐 배아가 탄생했다. 특정 유전자를 조작했을 때 생식기 대신 다리 개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연구를 진행한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1일(현지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포르투갈 굴벤키안 과학연구소 연구팀은 지난달 20일 배아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이자 수용체 단백질인 ‘TGFBR1′이 생물의 생식기와 다리 개수를 결정짓는 원리를 규명했다. 발달 과정 중간쯤 TGFBR1의 기능을 비활성화한 변화가 척수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한 것이다.

앞선 연구들을 통해 팔다리가 4개인 대다수 동물은 생식기와 뒷다리가 동일한 초기 구조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생식기와 뒷다리가 나뉘는가는 밝혀진 바 없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TGFBR1이 세포 내 DNA 접합 방식을 바꾸고, DNA가 보다 적절히 접히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유전자 조작된 쥐 배아의 골격을 3D로 재구성한 이미지다. 보라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원래 생식기였지만 다리 형태로 발달했다. /네이처 홈페이지

따라서 TGFBR1를 정상적으로 활성화했을 때는 초기 구조가 생식기로 발달됐지만, TGFBR1 기능을 없애버렸을 때는 생식기 대신 두 개의 다리로 발달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TGFBR1이 DNA 접합 방식을 변경해 초기 구조가 생식기 또는 팔다리로 발달하는 역할을 했는데, 이를 비활성화했더니 유전자 활동이 바뀌어 다리가 추가되고 외부 생식기가 사라졌다”며 “이미 진화 과정에서 생식기로 발달하도록 결정된 부위도 유전자 조절을 통해 다른 부위로 발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TGFBR1의 친척뻘 되는 유사 유전자들이 DNA 구조와 면역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다리가 없는 뱀 등 파충류의 생식기도 사지동물과 동일한 과정을 거쳐 발달하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