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일명 ‘보톡스’로 불리는 보톨리눔 톡신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심상치 않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유럽에서 국내 보톨리눔 톡신 회사들이 대부분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난 2월 휴젤이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면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도 ‘K-톡신’ 기업 간 경쟁이 벌어지게 됐다.

◇휴젤과 대웅, 美서 진검승부

휴젤은 지난 2월 FDA에서 보톨리눔 톡신 ‘보툴렉스(미국명 레티보)’ 50·100유닛(unit·용량 단위)에 대한 품목 허가를 받았다. 회사는 2021년부터 FDA 품목 허가를 신청해, 보완 과정을 거쳐 3년 만에 최종 허가 획득에 성공했다. 휴젤은 올해 중순 레티보를 미국에 정식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허가로 휴젤은 세계 3대 톡신 시장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 유럽에 모두 진출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첫 사례다. 미국 진출은 대웅제약의 ‘나보타(미국명 주보)’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2019년 ‘나보타’는 FDA의 승인을 받고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를 통해 현지 판매를 시작했다. 나보타의 지난해 매출액은 1470억원으로 대웅제약 전체 수출액의 74.9%를 차지하는 효자 상품이다.

휴젤의 보툴렉스가 올해 출시되면 나보타와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 미용 톡신 시장의 11%를 차지하고 있는 나보타의 점유율이 보툴렉스 영향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그래픽=김하경

이처럼 국내 보톨리눔 톡신 회사들이 미국에 진출하려고 하는 것은 시장 규모가 국내의 30배가 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의 보톨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지난해 47억4000만달러(약 6조 3700억원)에 이른다. 2030년에는 66억80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반면 국내 보톨리눔 톡신 시장은 연간 약 20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국내 톡신 시장은 저가 출혈경쟁이 고착되고, 수요도 한정되어 있어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치료용 톡신 시장으로 적응증을 확대해가는 이유”라고 했다.

다만 FDA는 허가 절차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기관이어서 미국 진출이 만만하진 않다. 국내 톡신 시장 대표 주자인 메디톡스는 지난해 연말 ‘MT10109L’의 허가를 신청했지만 올해 거절 통보를 받았다. 특정 검증 시험 보고서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현재 FDA 승인을 받은 보툴리눔 톡신은 1989년 미국 애브비의 ‘보톡스’ 이후로 2000년 수퍼누스 ‘마이오블록’, 2010년 독일 멀츠 ‘제오민’, 2019년 대웅제약 ‘주보’, 2024년 휴젤 ‘레티보’ 정도에 그친다. 메디톡스는 서류 보완 후 다시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시장 진출도 활발

중국 보톨리눔 톡신 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들도 바빠졌다. 약 1조5000억원대로 추정되는 중국 시장에는 현재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휴젤이 지난 2020년 품목 허가를 획득해 진출한 상태다.

다음으로 중국 시장에 진입할 기업으로는 대웅제약과 휴온스바이오파마가 꼽힌다. 대웅제약은 2021년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 나보타의 품목 허가를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고, 휴온스바이오파마는 중국 파트너사인 아이메이커 테크놀로지를 통해 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종근당바이오, 이니바이오 등도 현지 임상 3상에 들어갔다. 앞서 2018년 중국 NMPA에 냈던 ‘메디톡신’의 등록 신청을 철회한 메디톡스는 차세대 톡신 ‘뉴럭스’로 다시 한번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 톡신 기업들이 일제히 매출 상승을 기록하고, 올해 초 휴젤의 FDA 승인 획득 소식이 알려지면서 증권가에서는 ‘K-톡신’ 기업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NH아문디자산운용은 내달 화장품 기업과 함께 휴젤 등 미용 주사 관련 바이오 기업을 담은 ‘HANARO K-뷰티 ETF’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휴젤, 메디톡스, 대웅제약 등을 편입한 신한의 ‘SOL 의료기기소부장Fn’은 최근 한 달간 2%대 성장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