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발생한 대기오염 물질인 일산화탄소가 한국에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유입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정이나 공업용 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일산화탄소는 대기오염 물질로, 혈액의 산소운반능력을 크게 떨어뜨려 소량만 들이마셔도 호흡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미국 일리노이대 농업 및 소비자 경제학부 샌디 댈러바 교수 연구팀은 미국, 유럽, 중국, 한국, 기타 등 5개 지역으로 나눠 대기를 통한 오염물질의 이동을 추적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입되는 일산화탄소는 1990~2014년까지 최대 10.6Tg(테라그램, 1조g)에 달했다. 이 기간 한국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를 0.8Tg 줄였지만, 중국에서 유입된 양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치다. 연구팀은 “5Tg의 일산화탄소는 연간 1만3500마일(2만1700㎞)을 주행하는 미국의 모든 자동차(약 2억7400만대)에서 나오는 배출량에 해당한다”며 “이 같은 증가폭은 적은 것이 아니며, 한국은 사실상 자체 대기 질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했다.
연구팀은 또 한국으로 유입된 중국발 일산화탄소의 대부분은 중국 내수시장을 위한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오염 물질을 줄이는 기술이 일부 개선되기는 했지만, 1990년에서 2014년 사이 중국 인구와 상품 소비가 증가하며 생산량이 늘어난 영향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는 대기 오염이 개별 국가에서 해결할 수 없는, 세계적인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한 지역에서 배출되는 오염은 다양한 정도로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했다.
연구를 이끈 댈러바 교수는 “한국은 최근 수년간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여러 조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질이 악화했다”며 “중국 제품 상당량은 미국과 유럽 소비자를 위해 판매하고 있는데, 한국의 오염 증가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지도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