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양인성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로 미국 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SK바이오팜은 2020년부터 현지에 직접 판매망을 구축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미국 시장 진출 시 통상 현지 유통사에 판매를 맡기는데, 다른 판매 전략을 추진한 것이다. 판매망 구축에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유통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줄이고, 향후 판매 제품이 많아지면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실제 엑스코프리를 중심으로 SK바이오팜의 미국 매출은 2021년 782억원, 2022년 1692억원, 2023년 2708억원으로 늘었고, 수익성도 좋아졌다. 그리고 SK바이오팜은 2010년 설립(㈜SK에서 분사) 후 작년 4분기 첫 분기를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흑자가 예상된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업계가 주력 품목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올해 1분기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4~5년 전부터 공을 들여온 해외 시장에서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일부 중소 제약·바이오 기업이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있다.

그래픽=양인성

◇해외 진출이 성장 이끌어

17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 상위 15개 제약·바이오 기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4%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1분기(연결 기준)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9180억원으로 27.3% 늘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인천 송도에 5공장을 짓고 있어 인력 충원 등 비용이 증가했지만, 해당 분기 영업이익도 15.5% 상승한 2214억원으로 예상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분기 글로벌 대형 제약사인 UCB, MSD 등과 의약품 위탁 생산(CM) 계약을 수주한 것이 큰 기여를 했다.

셀트리온도 1분기 매출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회사의 해당 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72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7%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으로 인한 비용 때문에 영업이익은 90%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부진한 실적으로 인력 감축을 단행했던 녹십자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녹십자의 올해 매출 전망치는 36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늘고 영업이익은 3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SK바이오팜도 1분기 매출액 1063억원, 영업이익 61억원으로 흑자 전환이 전망된다.

1분기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변수는 있다. 의대 정원 논란이 장기화되면 올해 전반적인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 업계는 주로 장기 계약이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다”며 “의정 갈등으로 인한 주문 감소가 1분기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해결되지 않으면 실적 개선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바이오 기업 IPO 도전도 늘까

업계의 전반적인 매출 성장에 따라 바이오 기업들의 IPO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에는 고금리로 인한 투자 한파 등으로 바이오 기업들의 IPO가 특례 상장·스팩(SPAC) 합병을 포함해 10건 안팎에 불과했다. 매출이 부족한 바이오 기업들은 주로 기술 인정을 통한 특례 상장이나 우회 상장 방식인 ‘스팩 합병’을 이용한다.

신약 개발사 셀비온은 지난 3일 코스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신청했다. 셀비온이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로, 방사선 표적치료제 등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신약 개발사인 온코크로스, 원료 의약품(API) 개발·제조사인 엠에프씨 등도 올해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고 있다.

세포 유전자 치료제 위탁 개발 생산(CDMO) 전문 기업인 이엔셀은 지난 11일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작년 7월 예심 청구 이후 9개월 만이다. 이엔셀은 우수의약품 제조 관리 기준(GMP) 시설 운영을 통해 GMP 시설이 없는 고객사로부터 프로그램을 수주, 제품 제조와 개발 등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