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극지연구소

미국 국립 빙설데이터센터(NSIDC)는 지난 2월 남극 해빙(海氷) 면적이 다시 역대 최소 규모로 줄어들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해빙은 바닷물이 얼어 있는 상태로, 육지에 내린 눈이 응축된 빙하와는 다르다. NSIDC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남극 해빙 면적이 178만㎢로 사상 최소였는데 1년 만인 올해 2월도 199만㎢로 역대 둘째로 작았다는 것이다. 남극의 기온이 더 낮아지는 3월 들어 해빙 면적이 300만㎢대로 다시 늘어났지만, 여전히 1981~2010년 평균치에 비하면 작은 규모다. 남극 해빙은 2022년 처음으로 200만㎢ 이하로 줄어든 뒤 최소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기후변화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남극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지구온난화로 해빙과 빙하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생태계 붕괴 위험까지 제기된다. 과학계에서는 이런 현상의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픽=박상훈

◇심해(深海) 소용돌이에 빙붕도 무너져

국립 극지연구소와 일본 홋카이도대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남극 아문센해에 위치한 ‘스웨이츠 빙붕(氷棚)’을 녹이는 핵심 원인으로 해저에서 발생한 따뜻한 심층수 소용돌이를 지목했다. 빙붕은 빙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 뒤에도 떨어지지 않고 연결된 상태를 유지하는 수백미터 두께 얼음벽을 주로 가리킨다. 빙하가 바다로 유입되는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하며, 빙붕이 붕괴하면 인근 빙하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연구진은 남극 심해에 따뜻한 해류가 흘러들며 거대한 빙붕이 아래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은 컴퓨터로 재현하는 최신 해양 모델링 기법을 통해 이같이 추론했다고 밝혔다.

기존 연구들은 따뜻한 바닷물을 빙붕으로 유입시키는 원인으로 남극해 표층에 부는 강한 바람을 꼽았지만, 이번 연구는 해류와 해저 지형의 상호작용이 빙붕에 따뜻한 물을 공급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스웨이츠 빙붕 주변의 해저면은 빙하에 의해 깎인 계곡 형태인데, 해류가 이 위를 지날 때 지형의 영향으로 소용돌이가 발생해 빙붕을 심해에서부터 녹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이츠 빙하를 보호하는 빙붕이 붕괴하면 스웨이츠 빙하와 주변 빙하의 연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서남극 빙하가 모두 녹으면 지구의 해수면은 약 5m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남극 전체의 빙하가 다 녹을 경우에는 58m가량 상승이 예상된다.

◇따뜻한 공기, 극지풍 타고 남극 침투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관리하는 남극 콩코르디아 기지의 연구진은 남극의 최근 온도가 계절 평균보다 30도 이상 치솟았다고 밝혔다. 예컨대 2022년 3월에 측정된 남극 기온은 영상 5.6도로, 계절 평균보다 38.5도나 높았다는 것이다. 특히 남극 내륙 지역의 기온이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남극 조사단 마이클 메러디스 교수는 가디언에 “남극은 영하 기온이기 때문에 이런 엄청난 상승을 견딜 수 있지만, 3월 영국에서 40도가 오른다면 무려 50도가 된다는 뜻”이라며 “인류에게 치명적일 것”이라고 했다.

연구진은 이런 유례 없는 남극 기온 상승의 원인이 저위도 지역에서 불어오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 때문이었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과거에는 남극 대륙 상공으로 거의 유입되지 않았던 극지풍이 이제는 호주를 포함한 저위도 지역의 따뜻한 공기를 남극 깊숙이 운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것을 콩코르디아를 강타한 ‘극지방 열파’라고 불렀다. 그러나 극지풍이 어떻게 남극 내륙까지 침투할 수 있게 됐는지 정확한 이유를 아직 밝히진 못했다.

남극의 문제는 먹이사슬을 타고 지구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남극 서부의 해빙에서 자라는 해조류는 작은 해양 갑각류인 크릴의 먹이인데, 심해 기온이 높아지며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크릴은 물고기, 펭귄, 물개, 고래 등의 먹이다. 영국 남극 조사단은 “크릴이 사라지면 먹이사슬에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공기 중 탄소를 저장하는 해조류의 영향도 감소하게 돼 지구온난화를 가속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