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국내 우주 스타트업 1호 상장 기업이 탄생했다. 지상국(地上局)에서 위성 영상과 데이터를 수신해 처리·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컨텍이 그 주인공이다. 이성희(49) 컨텍 대표는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10년 넘게 지상국, 발사체, 위성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가 2015년 회사를 창업했다. 지난달 27일 만난 이 대표는 영국,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을 누비다가 두 달 만에 한국에 귀국한 참이었다. 이 대표는 “1년에 150일 해외 출장을 다닌다”며 “한국에도 이런 높은 수준의 우주 기업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고 했다.
컨텍은 제주도를 시작으로 스웨덴, 말레이시아 등 세계 10국에서 12개의 지상국을 운영하고 있다. 지구를 관측하는 위성이 촬영한 영상과 수집한 데이터를 지상국에서 내려받아 식별하기 쉽게 처리하고 분석해주고 이용료를 받는 모델이다. 이 대표는 “위성이나 발사체 업체들이 데이터를 받기 위해 지상국을 세계 곳곳에 설치하기는 쉽지 않다”며 “컨텍은 위·경도 곳곳에 지상국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대신 받아주고, 구름이나 대기 굴절로 인한 노이즈를 제거해주는 전처리 서비스까지 제공한다”고 했다. 현재 아시아에서 지상국을 구축해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컨텍이 유일하다.
이 대표는 2002년 항우연에 입사해 나로호 발사를 위한 지상국 시스템을 설계하는 업무를 했다. 그러던 2010년 캐나다에서 초소형 위성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충격을 받았다. 이미 캐나다에서는 우주청 소속 연구원들이 스타트업들을 창업하며 신기술의 지평을 넓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로호 발사 임무가 성공으로 끝난 뒤인 2015년 항우연의 지원으로 창업에 나섰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기술 개발에서 실제 서비스 제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항공 우주 산업의 특성상 수차례 자금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는 “은퇴 후 살려고 사뒀던 제주도 작은 땅까지 팔고, 퇴직금을 아내 몰래 회사에 넣기도 했다”며 웃었다. 중간에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달콤한 제안’도 있었다. 이 대표는 “과거 국민들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았기 때문에 국가에 보답을 해야 한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다”며 “컨텍을 한국의 스페이스X로 키워 한국도 우주 강국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컨텍은 지난달 4일 미국에서 자체 인공위성 ‘오름샛’을 우주로 띄워 올렸다. 기존에는 타 업체 위성의 영상을 사고 가공해야 했지만, 자체 위성을 통해 직접 관측 영상을 촬영할 수 있게 됐다. 영상을 우주에서 찍어서 지상국에서 내려받고, 가공해 판매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이다. 확보한 영상 데이터는 국방, 해양, 항만, 재난 관리와 같은 분야에 활용된다. 이 대표는 “6월쯤이면 모든 시험을 마치고 직접 영상을 촬영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된다”며 “2026년 1분기까지 국방 전용 위성을 포함해 3개의 위성을 추가로 쏘아 올릴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