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콜레라 발병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신제품의 승인은 중요한 시점에 이루어졌습니다. 필요한 국가들이 콜레라 백신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여한 것에 찬사를 보냅니다.”
지난 18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과 유니세프(UNICEF)가 공식 성명을 통해 한 제약회사에 이 같은 감사를 전했다. 대상은 한국의 중소 제약사인 유바이오로직스. 백신 전문 제약사인 이 회사의 새로운 경구용(먹는 약) 콜레라 백신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용 승인을 받은 것을 환영한 것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콜레라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예전엔 외국 제약사들도 콜레라 백신을 만들었지만, ‘돈이 안 된다’며 포기했다. 국제백신연구소의 콜레라 백신 프로그램 책임자인 줄리아 린치 박사는 앞서 뉴욕타임스에 “유바이오로직스는 알려지지 않은 진정한 영웅”이라고 평했다. 업계에서는 수익성 문제로 경쟁사들이 콜레라 백신 생산을 중단하는 가운데 뚝심 있게 사업을 이어온 유바이오로직스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이 나온다.
◇세계 유일 콜레라 백신 생산
유바이오로직스가 국제백신연구소(IVI)와 공동 개발한 개량형 경구용 콜레라 백신 ‘유비콜-S’가 WHO 승인을 받았다. 예전에도 경구용 콜레라 백신은 있었지만, 유비콜-S는 제조 방법을 개선해 기존 제품 대비 생산성을 약 40%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유니세프는 “유비콜-S는 주요 콜레라에 대해 이전 제품과 동일한 효과를 보이면서도 더 많은 양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며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약 5000만 도스(1회 접종분)를 비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지난해 세계 콜레라 백신 필요량은 7600만 도스에 달했지만 비축량은 3800만 도스에 불과했다.
유바이오로직스의 콜레라 백신이 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최근의 상황 때문이다. 세계 콜레라 발병 건수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백신 공급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1월 WHO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콜레라 발병 건수는 전년 대비 41% 증가한 66만7000여 건으로 집계됐다. WHO는 콜레라 창궐 원인으로 홍수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 재해와 분쟁 증가를 꼽았다.
◇백신 외길, 매출 증대로 이어져
콜레라는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먹고 설사와 구토 증상을 보이는 감염병이다. 심한 경우 탈수와 저혈량 쇼크로 이어진다. 콜레라 창궐에도 연 매출액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외면해 왔다. 이윤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콜레라는 주로 저개발 국가에서 발병하는 병인 만큼 각국 정부가 백신 비용을 대기 어렵다. 국제기구가 백신을 일괄 매입해 공급하기 때문에 단가가 낮다. 2022년 인도 샨타바이오텍이 생산을 중단하면서 유바이오로직스가 세계 유일의 콜레라 백신 생산·공급 업체가 된 이유다.
유바이오로직스는 2010년 설립 당시부터 콜레라 백신 개발에 집중하며 틈새시장을 노렸다. 국제백신연구소와 기술 이전 계약을 맺은 뒤 2015년 WHO 인증을 받았고 2016년 콜레라 백신을 생산하며 자리를 잡았다. 2022년 인도 제약사가 생산을 중단하자,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으로부터 420만달러의 지원을 받아 생산량을 늘렸다. 콜레라 백신을 독점 공급하는 기업이 되면서 지난해 매출이 694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상승했고 4년 만에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회사 측은 올해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백신 제조업체 3곳이 콜레라 백신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는 있지만 생산이 시작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유니세프도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공급가를 20%가량 올렸다. 올해 유니세프가 유바이오로직스에 요청한 콜레라 백신 공급량은 약 5000만 도스로, 이 물량만 계산해도 지난해 매출액을 훌쩍 웃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제2공장 가동과 더불어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이번 유비콜-S 승인은 국제백신연구소와의 지속적인 국제 협력의 결실로, 회사 매출 증대 및 글로벌 보건 사업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며 “국가 차원에서도 백신 주권 확보가 가능해진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