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두 번째로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신장을 살아 있는 사람에게 이식한 사례가 나왔다. 지난달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유전자 조작 돼지 신장 이식 수술에 성공한 후 한 달여 만이다. 이에 따라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게 본격적으로 이식하는 시대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뉴욕대 랭곤 병원 의료진은 지난 12일 심부전과 신부전을 동시에 앓고 있는 리사 피사노(54)씨가 돼지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았으며 회복 중이라고 24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환자는 먼저 지난 4일 기계식 심장 펌프를 이식한 데 이어, 8일 만에 돼지 신장 이식까지 받았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피사노의 상황을 고려해 실험적인 돼지 신장 이식에 대한 ‘동정적 허가’를 승인했다. 미국에서는 심장 펌프가 필요한 환자는 이식을 받아도 생존률이 극히 낮기 때문에 장기이식을 금지하고 있다. 피사노는 뉴욕타임스에 “장기이식 대상자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더는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손주들이 자라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돼지 신장 이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술에 사용된 신장은 생명공학 스타트업 ‘유나이티드 세러퓨틱스’가 만든 유전자 조작 돼지에게서 나온 것이다. 연구진은 이종 이식 때 급격한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알파갈(alpha-gal) 유전자가 억제된 돼지를 만들었다. 또 면역기관인 돼지의 흉선도 함께 이식해 거부반응을 최소화했다.

다른 종의 장기를 이식하는 ‘이종 이식’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또 다른 생명공학기업 ‘e제네시스’사가 개발한 유전자 조작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62세 환자는 건강을 회복해 2주 만에 퇴원했으며 현재까지 건강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