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멸종한 공룡을 복원한 것처럼,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36년 전 냉동한 세포로 복제한 사례가 발표됐다.

미국 어류야생동물보호국(USFWS)은 멸종 위기에 처한 검은발족제비(Black-footed ferret) 새끼 두 마리가 세포 복제를 통해 태어났다고 지난달 밝혔다. 검은발족제비는 눈과 발에 검은 무늬가 있는 족제비로 북아메리카에 서식한다. 1800년대 100만 마리에 달했던 개체 수가 농경지 발달로 점점 감소해 현재는 300마리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36년 전 냉동한 암컷 검은발족제비의 세포로 복제한 2마리 중 하나인 노린의 모습. 연구팀은 앞으로 복제 개체들을 번식에 활용해 멸종위기에 놓인 검은발족제비의 개체 수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USFWS 제공

이번에 태어난 ‘노린’과 ‘안토니아’는 모두 1988년 ‘윌라’라는 이름의 야생 암컷 검은발족제비로부터 채취한 조직을 활용해 만든 세포로 복제됐다. 연구진은 우선 윌라의 세포를 배양해 수를 늘린 후, 살아있는 일반 족제비에게서 얻은 난자와 융합해 수정란을 만들었다. 모두 윌라의 유전자를 지닌 복제 수정란인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정란을 대리모 족제비의 자궁에 이식해 평범한 족제비처럼 성장하고, 태어난 것이 노린과 안토니아다.

연구진은 2020년에 처음으로 검은발족제비 복제에 성공했지만 당시 복제된 개체들은 생식기에 문제가 발생해 번식에 실패했다. USFWS 측은 “노린과 안토니아는 건강하고 신체적인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짝짓기가 가능한 나이가 되면 번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진은 이번 복제 성공으로 검은발족제비의 개체 수를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유전자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포 제공자인 윌라의 조직에는 현재 USFWS가 보호하고 있는 검은발족제비에게서 나타나는 것의 3배에 달하는 유전자 변이가 관측됐기 때문이다. 이런 변이 유전자를 보유한 안토니아와 노린이 번식에 성공하면 유전자 다양성을 확보해 질병에 강한 개체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유전자 다양성을 확보한 검은발족제비를 사육 후 야생에 방생해 자연스럽게 개체 수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1996년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이 체세포 핵융합 복제 방식은 현재 다양한 종 복제에 활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개·고양이·소·쥐 등 20종이 넘는 복제 동물이 실험이나 장기 이식 등의 목적으로 복제됐다. 최근에는 죽은 반려동물을 복제해주는 기업이 나타날 정도로 대중화됐다. 미국의 생명공학 기업인 컬라슬은 이 방식을 활용해 멸종한 매머드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그러나 복제된 동물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고 윤리적인 문제도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