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주성분이 에이즈 환자의 ‘대사 이상 관련 지방간(MASLD)’의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앞서 당뇨와 심혈관 질환, 술·담배와 마약 사용 욕구까지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밝혀진 데 이어 효능이 추가되면서 ‘만병통치약’처럼 통하며 몸값이 치솟고 있다.
존스홉킨스대, 콜로라도대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위고비의 주성분 ‘세마글루타이드’가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감염자의 지방간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내과학회 학술지에 최근 발표했다. MASLD는 음주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지방간 질환으로, 비만이나 인슐린 저항성 등 대사 이상으로 발생한다. 특히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에 감염된 환자들이 걸리기 쉬운 질병이다.
연구진은 HIV에 감염된 MASLD 환자들을 대상으로 세마글루타이드를 24주간 주 1회 투여했다. 그 결과 참가자 29%는 MASLD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58%는 간 지방량이 대폭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지방간 치료의 중심은 체중 감량”이라며 “모든 실험 참가자가 체중 감소를 보였고, 다른 대사 지표들도 개선됐다”고 했다. 세마글루타이드가 체중을 줄여 MASLD 치료에도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 체내 혈당을 떨어뜨리고 포만감을 유지시킨다. 앞서 지난 3월 위고비는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심혈관 질환과 심장마비 등의 위험을 완화하는 기능이 있다는 승인을 받는 등 적응증(대상 질환)을 확대하고 있다. GLP-1 기반 비만 치료제가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질환이나 난임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에 따른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올 1분기 위고비의 매출이 93억7700만 크로네(약 1조8400억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06%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성분의 당뇨 치료제인 오젬픽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2% 오른 278억1000만 크로네의 매출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