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카와이 타츠오 박사가 리처드 슬레이먼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신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장면./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최초의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을 이식 받은 남성이 수술 두 달 만에 사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돼지 신장 이식 수술을 시행한 미국의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GH)은 11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수술을 받은 62세 리처드 슬레이먼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슬레이먼은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돼지의 신장을 이식 받았다. 의료진은 이식된 신장이 최소 2년은 기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MGH 의료진은 슬레이먼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그가 신장 이식의 결과로 사망했다는 징후는 없었다고 밝혔다. 슬레이먼의 가족은 “의사들의 엄청난 노력 덕분에 우리 가족이 그와 함께 7주 이상을 더 보낼 수 있었다”며 “(슬레이먼의) 수술은 이식 수술을 희망하는 수천 명에게 희망을 주려던 뜻도 있었고,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했다. 또 “그의 희망과 낙관주의는 영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슬레이먼은 10년 넘게 신장 질환을 앓아온 환자로 투석을 받다가 2018년 인간의 신장을 한 차례 이식 받았지만, 신장 기능이 떨어져 또 한 차례 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장기 기증자를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돼지 신장 이식에 대한 ‘동정적 사용’을 허가해 수술이 이루어졌다.

수술에 사용된 것은 미국의 바이오 스타트업 e제네시스가 제공한 유전자 교정 돼지의 신장이었다. e제네시스는 돼지의 신장이 인간에게 이식되었을 때 면역 체계가 장기를 공격하는 현상을 없애기 위해 돼지에게서 일부 유전자를 제거하고 다른 유전자를 삽입하는 등 69번의 유전자 교정 과정을 거쳤다.

미국에서는 슬레이먼 이후에도 지난 4월 두 번째 돼지 신장 이식 수술이 이루어졌다. 해당 환자는 현재 건강을 되찾아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