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가 모자(母子) 공동 경영 한 달 만에 어머니 송영숙 그룹 회장을 해임하고 단독 대표가 됐다. 인사권을 놓고 대립하다 갈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그룹 창업주 일가의 갈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사이언스는 14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송 회장을 대표직에서 해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임종훈 대표가 단독으로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행사하게 된다. 임원진 인사 문제로 송 회장과 갈등을 빚은 임 대표가 공동 경영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대표 체제는 모든 대표가 동의해야만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한미그룹은 올해 초부터 송 회장과 딸인 임주현 이사가 2700억원 안팎의 상속세 재원 마련 등을 위해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형제 측이 반발하며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와, 이들이 추천한 이들이 이사로 선임되면서 이사회(9명)의 과반(5명)을 차지해 모녀는 경영권을 잃었다. 지난달 4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통해 임종훈 이사가 신임 대표로 선임되면서 송 회장과 공동대표 체제가 구성됐는데, 40일 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2026년 3월까지 사내이사직은 유지한다.

상속세 재원에 대해 형제와 모녀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도 이번 이사회 의결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지분 일부를 사모펀드에 매각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 등을 놓고 양측이 맞섰다는 것이다. 송 회장 해임으로 표면화된 가족 갈등이 계속 이어지면 재원 마련을 위한 투자 유치나 지분 매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사회 직후 임종훈 대표는 상속세 재원 마련이나 투자 유치 등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