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B형 혈액을 누구나 수혈받을 수 있는 O형으로 전환하는 효소가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사진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 한 여성이 헌혈하는 장면. /게티이미지코리아

A형, B형 혈액을 O형으로 바꿔주는 효소가 발견됐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혈액형에 상관없이 수혈받을 수 있어 기대를 모은다.

덴마크공대와 스웨덴 룬드대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혈액의 A형 항원과 B형 항원을 제거하는 효소를 장내 미생물에서 발견했다고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미생물학’에 발표했다.

통용되는 ABO식 혈액형에 따르면, 혈액은 적혈구의 항원 단백질에 따라 A·B·AB·O형으로 분류된다. A형 혈액은 A형 항원과 B형 항체를, B형 혈액은 B형 항원과 A형 항체를 갖고 있다.

A형 혈액을 B형 환자에게 수혈하면 항원(응집원) 항체(응집소) 반응으로 혈액이 엉긴다. 피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혈액형이 같아야 하는 이유다. 다만 O형은 항원이 없어 혈액형에 관계없이 수혈받을 수 있다. O형을 가진 사람을 ‘범용 공혈자’라고 부르는 배경이다.

연구진은 장내 미생물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에서 발견한 효소 혼합물이 혈액의 A형 항원과 B형 항원을 제거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A형, B형 혈액을 이른바 범용 혈액인 O형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효소는 A형보다 B형 항원 분해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B형 혈액을 범용 혈액(O형)으로 바꾸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A형을 전환하는 데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효소와 처리 방법에 대해 특허를 신청했다. 향후 3년 6개월간 공동 연구로 상용화에 도전한다는 목표다. 연구진은 범용 혈액이 수혈용 혈액 부족 문제를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