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의약품 제조 과정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생산 시설의 적합성을 검토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안정성도 무척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의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훌륭한 파트너가 되기 위한 입지를 잘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방한해 본지와 만난 벨기에 UCB제약의 장 크리스토프 텔리에르 회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내 CDMO 사업에 대해 “품질과 기술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앞서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CDMO는 고객사의 위탁을 받아 의약품을 대신 개발, 생산하는 것을 뜻한다. UCB는 지난 3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3819억원 규모 의약품 생산을 위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17년 체결했던 약 450억원 규모의 계약을 증액한 것으로 두 회사의 CDMO 계약은 2030년 말까지 유지된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사를 둔 UCB는 지난해 5826억원의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연간 매출 1000억원 이상 의약품)인 ‘빔팻’을 비롯해 5종의 뇌전증 치료제를 보유한 글로벌 대형 제약사다. 직원이 9000여 명이고 매출액 기준으로는 세계 상위 2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본지 인터뷰에서 텔리에르 회장은 “작은 회사가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며 “혁신 창출을 위해 매출의 3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이어 “UCB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3개의 의약품을 허가받았는데, 회사 규모를 고려하면 대단한 성과”라며 “의약품 시장분석 기관 퍼스트워드 파마가 지난해 발표한 ‘혁신 제약 기업 순위’에서 2위에 올랐다”고 했다.
그는 혁신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단순히 뛰어난 인재와 최첨단 기술들을 한곳에 모아 놓고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직원들의 열정을 불사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업 문화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UCB는 소아 뇌전증, 전신 중증 근무력증 등 희소질환 영역에서 신약을 선보이고 있다. 환자 수가 적은 희소질환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 텔리에르 회장은 “다른 회사보다 특정 질환에 대해 더욱 명확한 이해도나 깊은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판단이 섰을 때 혁신 의약품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환자들에게 어떤 미충족 수요가 있는지 파악하고, 그에 맞춰 어떤 과학적 혁신을 도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한국 시장에서는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소아 뇌전증의 일종인 드라벳 증후군 치료제인 UCB의 펜플루라민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조건부 허가를 위한 심사가 빠르게 진행된다. 텔리에르 회장은 “펜플루라민을 시작으로 한국에 더욱 많은 치료제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