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정부가 최근 모든 의류와 신발 제작에 ‘과불화 화합물(PFA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3년 전 식품 포장재에 PFAS 사용을 금지한 데 이어 의류, 신발로 규제 품목을 확대한 것이다. 프라이팬에 음식이 눌어붙지 않게 하는 코팅재(테플론)로 널리 알려진 PFAS는 열에 강하고 물과 기름에 녹지 않아 방수 코팅, 과자 봉지 등 다용도로 쓰여 왔다.
이렇게 각광받던 PFAS를 퇴출하기 위한 각국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른바 ‘PFAS와 전쟁’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영원한 유해 물질
1940년대 스리엠(3M)이 개발한 PFAS는 탄소와 불소가 강하게 결합한 인공 화학물질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분해되지 않아 ‘사라지지 않는 화학물질(forever chemical)’로 불린다.
PFAS의 유해성은 개발 후 50년이 지나서야 발견되기 시작했다. PFAS에 노출되면 항체 반응이 감소하고, 콜레스테롤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상 지질혈증 등이 나타난다는 보고가 잇따른 것이다. 미국 과학공학의학한림원(NASEM)에 따르면 영유아와 태아의 성장 감소, 신장암 위험 등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FAS가 당뇨병, 비만, 심혈관 질환 등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PFAS가 워낙 광범위하게 쓰여 노출을 피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식품 포장재, 프라이팬이나 냄비 코팅, 화장품, 의류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은 물론이고 반도체와 페인트 공정을 비롯해 각종 산업에 쓰여 왔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PFAS가 토양과 하수로 배출돼 동식물을 거쳐 인체에 축적되는 사례 보고가 늘어난 배경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이 2016~2021년 미국 전역의 수돗물 성분을 분석한 결과, 미국 수돗물의 45%가 한 종류 이상의 PFAS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PFAS가 세계적인 보건 이슈로 떠오르면서, 각국에서 규제 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유럽연합(EU)이다. EU 산하 유럽화학물질청(ECHA)은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가 지난해 1월 제출한 PFAS 전면 금지안을 검토 중이다. 시행이 확정될 경우에는 유럽 최대 규모의 화학물질 규제가 된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월 식품 포장재에서 PFAS를 전면 퇴출했고, 환경보호청(EPA)도 지난달 대표적인 PFAS인 과불화옥탄산(PFOA)과 과불화부탄산(PBFA)의 식수 내 함량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뉴질랜드도 지난 1월 PFAS가 포함된 화장품의 수입과 제조를 금지했다.
◇분해 경쟁 치열
과학계에서는 PFAS를 분해하기 위한 연구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지난 1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워터’에 자외선과 아황산염을 이용한 공정과 전기화학적 산화반응으로 PFAS를 분해하는 공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탄소·불소 결합을 유지하는 유기화합물을 제거해 PFAS를 상온·상압에서 분해했다는 것이다. 앞서 재작년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은 유기성 액체와 섭씨 10도의 약한 가열만으로 PFAS를 분해했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탄소·불소 결합의 약한 고리인 산소 원자를 공략해 분리했고, 이를 통해 PFAS 10종을 무해한 물질로 분해했다.
PFAS의 대체 물질을 찾는 연구도 활발하다. 미국과 EU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PFAS의 대체 물질을 찾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PFAS를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강상욱 상명대 화학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등록된 PFAS 종류만 4000종이 넘기 때문에, 모두 분해할 수 있는 조건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대체 물질도 화학적 특성과 경제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과불화화합물(PFAS)
과불화옥탄산(PFOA), 과불화옥탄술폰산(PFOS) 등을 포함하는 인공 화학물질로, 탄소와 불소가 강하게 결합한 구조로 자연 상태에서는 분해되지 않아 ‘사라지지 않는 화학물질(forever chemical)’이라 한다. 열에 강하고 물과 기름을 모두 밀어내는 특성이 있어 프라이팬이나 식품 포장재, 방수 코팅 등 다양하게 쓰여 왔다. 최근에는 토양과 물을 오염시키고, 인체에 쌓이면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