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신경과학 스타트업이 사람 머리를 통째로 분리해 다른 사람 몸에 이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수술 과정을 그래픽으로 구현한 시뮬레이션 영상도 공개했는데,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며 안전성 우려가 크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등 여러 외신에 따르면 미국 스타트업 ‘브레인브릿지’(BrainBridge)는 최근 “사지마비 등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환자 머리를 뇌사 상태인 기증자 몸에 그대로 이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수술 과정을 그래픽으로 구현한 8분짜리 영상을 유튜브와 엑스(X·옛 트위터) 등에 공개했다.
영상에는 두 명의 남성이 등장한다. 몸을 쓸 수 없는 기증자와 뇌사 상태인 수혜자다. 수술 전 두 사람은 뇌 손상에 대비하기 위해 냉각 상태에 들어간다. 이어 로봇 팔이 둘의 몸에서 머리를 통째로 떼어낸 뒤 기증자의 머리를 수혜자의 몸에 이식해 봉합한다. 이 모든 과정은 인공지능(AI) 시스템에 의해 통제되므로 신경과 근육의 정확한 연결이 가능하다는 게 브레인브릿지 측 설명이다.
수술 후 환자는 최대 한 달간 중환자실에서 혼수상태인 채로 면역체계를 점검한다. 신체에 대한 뇌의 제어권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브레인브릿지는 “뇌와 척수가 옮겨져 건강한 몸이 된다”며 “머리 주인의 기억과 의식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수술을 받으면 평균 수명보다 훨씬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프로젝트를 이끄는 하셈 알 가일리는 “우리 기술의 목표는 의료과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생명의 위협과 싸우는 사람들에게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치료법의 문을 열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약 8년 안에 첫 번째 수술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레인브릿지의 수술 시연 영상은 조회수 1000만 회를 넘기며 주목받았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경다발을 연결하는 행위 자체가 어렵고 수술 이후 부작용 위험이 높아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또 수술 로봇에 대한 윤리적 문제로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는 일 역시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 외과의사 카란 랑가라잔 박사는 “머리 이식 수술에서 모든 신경이 무사히 연결되더라도 수술 후 하나라도 빠지면 환자는 즉사할 수 있다”며 “게다가 이식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평생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킹스칼리지 런던대 신경과학 전문가 아마드 알 클레이파트 박사도 “이 수술은 뇌의 작동 방식을 과도하게 단순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