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달 뒷면 토양, 암석 표본 채취에 성공한 중국 달 착륙선 ‘창어 6호’가 비밀 로봇을 싣고 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중국의 무인 우주선이 최근 지구 궤도에 정체불명의 물체를 띄우는 등 수상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미국도 비밀 우주선을 여러 차례 발사한 점을 들면서 이번 의혹은 중국의 ‘우주 굴기(崛起·우뚝 일어섬)’에 대한 서방의 견제라고 평가한다.

지난 4일 중국국가항천국(CNSA)이 공개한 창어 6호가 촬영한 달 뒷면 표면의 모습. 창어 6호의 착륙선에 설치된 파노라마 카메라로 찍은 것이다. /CNSA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중국 우주기술연구원(CAST)이 발사 전에 공개한 창어 6호의 사진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바퀴 달린 물체가 포착됐다고 최근 보도했다. 탐사 로봇(로버)으로 추정되는 이 물체에 대해 인디펜던트는 “’미스터리 로버’의 주요 임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며 “미 항공우주국(NASA)은 중국이 우주를 무기화하기 위해 비밀스러운 일들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과학적 연구’라는 임무를 엄폐물로 삼고 그 뒤에선 군사적 활용을 염두에 둔다는 것이다. 예컨대 일각에서는 창어 6호의 로버가 순수 탐사용 로봇을 가장한 군사용 로봇일 수도 있다고 의심한다. 향후 달 뒷면에 다른 나라 우주선이 착륙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파괴하는 용도일 수도 있다는 극단적 가정까지 나온다. 앞서 올 초 빌 넬슨 NASA 국장은 미국 의회에 출석해 “중국은 지난 10년간 우주 산업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뤘지만 매우 비밀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우리는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지난 4일 오전 7시 38분 달 뒷면에서 이륙한 창어 6호 상승선은 궤도선(모선)에 달 토양 표본을 성공적으로 전달했다. 궤도선은 이달 25일쯤 표본을 싣고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또 미국의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닷컴은 중국의 무인 우주 왕복선 ‘센룽’이 지구 궤도에 정체 불명의 물체를 내보냈다고 최근 보도했다.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의 천문학자이자 우주 활동 추적가인 조너선 맥다월이 지난달 24일 센룽의 ‘이상 행동’을 포착했다는 것이다. 맥다월은 “이 물체가 작은 위성일 수도 있다”고 했다. 군사용 첩보 위성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우주에서 비밀스러운 행동을 하는 건 중국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 미국 우주군도 비밀 무인 왕복 우주선 ‘X-37B’를 발사했다. 총 7번째 발사였는데 어떤 임무로 이 우주선을 보낸 것인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X-37B가 이전 임무 때 주기적으로 지구 상공 같은 지점을 통과한 점을 들어 차세대 첩보 위성으로 쓰일 첨단 센서를 실험하는 임무라고 추정한다. 북한, 중국, 이란 등 이른바 적성 국가들 감시용 임무라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의 비밀 우주 임무가 늘어나면서 민간 우주 기업도 목적지를 밝히지 않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예컨대 소행성 표면 샘플 채취를 목적으로 우주선을 발사한다고 밝히면서 그 소행성이 어딘지 밝히지 않는 식이다. 목적지를 밝히면 다른 기업이 앞서 도착해 차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영업 비밀처럼 취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