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인간이 느끼는 통증과 쾌락을 유발하는 뇌 영역을 찾아냈다. 뇌 활동을 분석해 사람의 감정을 예측하는 데도 성공했다. 통증과 쾌락을 느끼는 데 장애를 느끼는 정신 질환 연구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우충완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부연구단장(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이 이끄는 연구진은 통증과 쾌락이 인간의 뇌에서 표현되는 방식을 찾았다고 1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이번 연구에는 서울대와 미국 다트머스대도 참여했다.

통증과 쾌락은 서로 상반되는 감정으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 통증을 느끼면 쾌락을 느끼는 수준이 감소하고 반대로 쾌락은 통증 수준을 감소시킨다. 통증과 쾌락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뇌 영역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통증과 쾌락에 모두 반응하는 영역이 여럿 제안됐으나 대부분 생쥐 같은 작은 동물을 이용한 실험의 결과였다. 사람을 대상으로 통증과 쾌락의 상호작용을 연구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연구진은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를 이용해 통증과 쾌락을 느끼는 뇌 영역을 확인했다. MRI 장치 안에서 참가자에게 매운 맛을 주는 캡사이신과 단맛을 느낄 초콜릿을 전달하는 장치를 개발해 실험했다. 캡사이신 용액을 먹으면 통증에 관련한 자극이, 초콜릿 용액을 먹으면 쾌락을 자극하는 자극이 발생한다.

참가자가 MRI 안에서 이런 감각을 느끼는 동안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 활동 패턴을 기록했다. 뇌에서 특정 영역이 작동하면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 그쪽으로 피가 몰린다. fMRI는 이때 혈액 속 헤모글로빈 분자의 자기장 수치 변화를 감지해 피가 몰리는 곳을 영상에서 마치 불이 켜진 것처럼 환하게 보여준다.

연구진은 참가자 58명의 뇌 활동 영상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어떤 뇌 영역이 통증과 쾌락에 함께 반응하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뇌섬엽, 편도체, 전전두엽 피질 같은 여러 영역이 통증과 쾌락에 모두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뇌 활동 패턴을 분석해 사람이 얼마나 유쾌한지, 불쾌한지 감정을 예측하는 모델도 개발했다. 뇌 활동 패턴을 분석해 각각 감정의 종류와 강도를 예측하는 두 가지 모델을 만들었다. 연구진은 62명을 모집해 캡사이신과 초콜렛 용액을 제공하는 같은 실험으로 모델을 검증했다. 그 결과 실험 참가자가 느끼는 감정을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감정을 예측하는 뇌 활동 패턴이 여러 뇌 영역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공통 영역에서 여러 활동 패턴이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정보로 처리된다는 의미다.

이수안 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연구원은 “통증과 쾌락이 불쾌함·유쾌함의 감정 정보를 통해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감정 정보가 단일 뇌 영역보다는 여러 뇌 영역에 걸쳐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충완 부연구단장은 “통증과 쾌락에 관한 이전 연구는 있었지만, 한 개인에게 통증과 쾌락을 모두 유발해 비교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통증과 쾌락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성통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우울증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PNAS(2024), DOI: https://doi.org/10.1073/pnas.2310433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