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초선인 더불어민주당 황정아(47) 의원이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으로부터 국회에서 업무 보고를 받겠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황 의원은 출연연인 한국천문연구원의 책임연구원 출신으로, 지난 총선 때 과학 인재로 민주당에 영입됐다. 황 의원실 측은 “적극적인 의정 활동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대부분 대전에 있는 출연연이 의원 한 명을 위해 여의도까지 자료를 가지고 와 보고를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과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황 의원은 지난 7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부원장으로부터 국회에서 업무 보고를 받았다. 그날 황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런 사실을 공개하며 “향후 25개 출연연 모두에게 업무 보고를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배정된 황 의원은 위원회 구성이 끝나지도 않은 지난달 전체 출연연에 업무 보고를 받겠다며 관련 자료 준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을 총괄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를 통해서였다. 황 의원 측은 보고 시간을 30분으로 정하고, 15분은 기관의 업무 현안, 나머지 15분은 기초연구 투자 등 황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법안에 대한 기관의 의견을 보고하도록 요구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연구원에서는 이런 황 의원의 요구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상임위 구성 이전부터 실무자가 아닌 부원장이 의원실을 직접 찾아와 보고하도록 한 사례가 드물다는 것이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대부분 출연연은 대전에 몰려 있는데, 보고를 위해 여의도를 찾는 일이 쉽지는 않다”며 “갑작스럽게 30분 보고를 위해 부원장의 일정을 조정하느라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국정감사도 아닌데 그에 버금가는 방대한 자료를 요청한 것도 드문 사례다. 보통 의원들이 상임위에 배치가 되면 기관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며 현안을 파악하는 게 일반적이다. 여의치 않으면 같은 상임위에 배정된 여러 의원이 공동으로 보고를 받는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과학계 현안 해결을 위해서라면, 의원들의 자료 요청을 출연연 입장에서도 환영할 일”이라며 “하지만 갑자기 기관 현안뿐 아니라 의원실 관심 사안에 대한 의견도 내야 해 업무에 지장을 받았을 정도”라고 했다.

카이스트 물리학 박사인 황 의원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주로 위성 관련 연구를 해왔다. 여성 과학계 대표로 민주당에 입당한 후, 선거 기간부터 연구·개발(R&D) 예산 증액 등을 내세우며 과학계 대변인을 자처해 왔다. 그러나 당선 이후 일부 출연연과 소통 중 문제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황 의원이 출연연에 권위를 세우기 위해 과한 요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일각에선 “아는 사람이 더하다” “상임위 소속 기관의 군기를 잡기 위한 갑질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이런 논란에 황 의원 측은 “이미 당에서는 과방위 구성을 마치고 상견례까지 진행한 상황에서 지체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며 “과학기술계 현안을 대변할 책무를 지고 있는 만큼 한시라도 빨리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무리한 일정 조정이나 자료 요청에 대해서는 “기관들이 늘 준비해 놓는 수준의 현안 보고를 요청했을 뿐”이라며 “각 기관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 일정을 잡았고 앞으로도 수정해 나가며 보고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