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우주개발업체 버진 오비트가 2019년 7월 2일(현지 시각) 처음으로 시험 발사한 항공기 '우주소녀'와 로켓 '런처원'의 모습./버진 오비트, Greg Robinson

국내에서 우주발사체(로켓)를 항공기로 공중 발사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려고 감시 위성을 띄우려면 우주로켓을 바로 쏠 수 있어야 한다. 공중발사는 지상발사보다 기상 조건에 제약되지 않아 언제든 위성을 빠르게 발사할 수 있다.

20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ADD)는 공군의 의뢰를 받아 공중 발사로 우주발사체를 발사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ADD는 2022년부터 공중 발사 연구를 시작해 현재 후속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공중 발사는 항공기에 로켓을 달고 고도 10㎞ 이상까지 올라간 후 로켓을 분리해 발사하는 방식이다. 공중 발사는 지구 중력과 날씨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고, 발사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한국은 주변에 일본과 중국 영해·영공이 근접해 발사방위각이 좁은 만큼, 공중 발사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크다.

공군이 공중 발사에 주목하는 것도 적시성과 적응성 때문이다. 액체연료로켓과 고체연료 로켓을 발사할 때 주로 활용되는 지상·해상 발사 방식은 연료 주입 같은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 공중 발사는 로켓 연료 주입 시간이 짧다. 지구 중력을 이기고 이룩하는 데 연료가 많이 쓰이는데, 항공기에 실려 고고도에서 발사되면 그만큼 연료를 적게 실어도 된다. 로켓의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구 자전의 힘이 큰 적도 부근으로 날아가 로켓을 쏠 수도 있다.

특히 지상 발사는 바람이 불거나 번개가 치면 불가능하지만 대기가 안정적인 성층권에서는 언제든 로켓을 발사할 수 있다. 목적에 따라 다양한 궤도로 로켓을 발사할 수 있어 작전도 유연하게 할 수 있다. 공중 발사는 은밀하게 군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항공기에서 로켓이 발사되기 때문에 공대공(空對空) 훈련을 하는지, 위성을 발사하는지 알 수 없다. 또 해역이 통제돼 어민 피해가 발생하는 지상·해상 발사와 달리, 공중 발사는 해역 통제도 필요 없다.

미국 우주군이 사용하고 있는 공중발사체 페가수스(Pegasus)./US Space force

로켓 공중 발사는 이미 해외에서도 시도했다. 영국 억만장자인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 버진그룹 회장이 설립한 미국 우주 기업 ‘버진 오빗(Virgin Orbit)’은 공중 발사 서비스를 시도했다. 버진 오빗이 개발한 공중발사체 론처원(LauncherOne)은 높이 21m로, 중량 500㎏까지 실을 수 있다. 다만 버진 오빗은 지난해 1월 발사 실패 이후 경영난을 겪다가 파산했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이 공중발사체 개발에 나선 이력이 있다. 대한항공은 서울대, 공군과 함께 공중 발사 기초연구인 ‘공중발사체의 활용 가능성 분석 연구’를 수행했다. 이후 민항기를 기반으로 공중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한 선행 연구에 돌입했지만, 현재는 지지부진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ADD에서 공중발사를 연구한 김성표 군전력센터 수석연구원은 군사 작전에 초소형 위성의 역할이 커지면서 공중 발사를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군은 북한을 정찰하기 위해 시작한 초소형 위성 체계 개발사업으로 군집위성을 운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공중발사체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수명이 다한 군집위성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선 위성을 특정 시간과 위치로 올려놓을 기술이 필요하다.

김 수석연구원은 “초소형 위성의 수명이 3년인 점을 고려하면 중간 중간 생기는 공백을 공중 발사로 빨리 채워줄 필요가 있다”며 “최근 위성을 요격하는 무기도 등장하는 만큼, 위성을 재빨리 발사하는 기술도 필수”라고 설명했다.

미국도 군사 작전용으로 공중 발사를 활용하고 있다. 미 우주군은 2021년 미국 방산기업 노스롭 그루먼이 개발한 공중발사체 페가수스(Pegasus)를 이용해 정찰위성을 발사했다. 이때가 45번째 발사였다. 미국은 당시 기준으로 페가수스를 이용해 저궤도로 90기 이상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놨다.

ADD는 한반도에서 공중발사를 실현하기 위해 공중급유기나 수송기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가로 연구하고 있다. 김 수석연구원은 “공중 발사를 실현하기 위해선 항공기 개조와 인증 문제가 남아 있다”며 “군용 항공기를 이용할 경우 개조 인증에 필요한 절차를 줄일 수 있어 설계부터 공중 발사를 고려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