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노보노디스크 공장 건설 현장 전경. 기공식에 참여한 사람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노스캐롤라이나 바이오테크놀로지 센터 제공

덴마크 제약사인 노보 노디스크는 24일(현지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클레이튼에 41억달러(약 5조 6900억원)를 투자하는 제조시설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세계 3대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캐털란트를 115억달러(15조 9874억원)를 주고 인수했는데, 다시 생산시설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앞으로 클레이튼 공장에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의약품인 오젬픽(당뇨병 치료제)과 위고비(비만치료제)를 생산할 계획이다. GLP-1은 혈당을 낮추고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비만 치료제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위고비는 이를 모방한 약물로, 전 세계에서 “없어서 못 판다”는 얘기가 나온다.

비만 치료제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미국 전역에 치료제를 만들 합성 펩타이드 생산공장 증설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번 투자 발표에 따라 총 110억달러(15조 2923억원)를 들여 공장 3곳을 확보한다. 회사는 2029년부터 클레이튼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며, 직원 1000명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GLP-1 의약품인 마운자로(당뇨병), 젭바운드(비만)를 보유한 미국 일라이 릴리도 지난달 53억달러(약 7조 3500억원)를 들어 미국 제조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비만 치료제 시장 급성장, 공장 증설 경쟁

노보 노디스크는 노스캐롤라이나 더럼에서 북동쪽으로 64㎞ 떨어진 곳에 공장 부지를 확보하고, 이 곳에서 먹는 세마글루타이드(GLP-1 유사체) 제품인 리벨서스(당뇨병 치료제)를 생산할 예정이다. 릴리는 지난달 본사가 있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마운자로와 젭바운드 원료를 생산할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데이비드 릭스 릴리 회장은 당시 “미국의 합성의약품 원료 제조 역사상 가장 큰 투자”라고 밝혔다.

릴리는 2022년 젭바운드의 주성분인 티르제파티드를 승인받은 이후 선두주자인 노보 노디스크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다. 릴리는 또 독일과 노스캐롤라이나에도 공장을 짓고 있으며, 지난 4월 미국 넥서스파마로부터 미국 위스콘신의 제조시설을 사들였다. 독일과 노스캐롤라이나 공장은 오는 2027년, 위스콘신 공장은 연내 가동할 계획이다.

두 회사가 일제히 공장 증설에 나서는 건 그만큼 시장이 빠르게 크고 있기 때문이다. 릴리는 올해 1분기에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배에 이르는 18억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비만 치료제인 젭바운드는 출시 첫 분기에 5억 17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은 같은 기간 43억달러, 비만 치료제 위고비 매출은 13억달러에 달했다.

두 회사는 GLP-1 계열 치료제 덕분에 매출이 급성장했다. 지난해 노보 노디스크의 매출은 전년 대비 31%, 릴리는 20% 올랐다. 글로벌 20대 대형 제약사 가운데 두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곳은 두 곳 뿐이다. 글로벌 제약산업 분석업체인 이벨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GLP-1 유사체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30% 성장하며 2030년까지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일라이릴리의 노스캐롤라이나 RTP 캠퍼스 전경/릴리 제공

◇미국 정부의 현지 공장 우선 정책도 영향

GLP-1 유사체가 비만의 합병증 예방과 치료에도 효과를 보이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만병의 근원이라고 불리는 비만이 해결되면 심혈관질환, 만성 신장질환까지 치료가 된다. 두 회사는 다양한 만성질환까지 치료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렇게 황금알을 낳는 시장에서 생산의 승기를 누가 쥐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전체 판매량으로 보면 GLP-1 의약품 시장은 노보 노디스크가 여전히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는 성장 가능성은 릴리 쪽에 있다고 본다. 영국 시장 분석업체인 글로벌데이터는 오는 2029년까지 릴리 마운자로의 누적 매출은 340억달러를 기록하며 노보 노디스크의 오젬픽을 제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도 두 회사가 미국 지역에 공장 증설 경쟁을 벌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 제조업 부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릴리가 대규모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했을 때 자비에 베세라 보건복지부 장관은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서 좋은 임금을 받는 제조업과 노조 일자리 창출을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을 잡으려면 현지 공장이 필수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