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UC샌디에이고) 연구진이 개발한 녹조류 기반 마이크로 로봇. 난치병인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사이언스 로보틱스

조류(Alage)를 이용해 만든 마이크로로봇으로 난치병인 염증성 장질환을 치료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로봇이 스스로 염증 부위를 찾아가 염증을 유발하는 생체분자를 억제해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도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식이다.

조셉 왕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UC샌디에이고)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27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염증성 장질환 치료용 마이크로로봇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질병으로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이 대표적이다.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장 세포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대량 분비되는 것이 특징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설사, 혈변, 복통이 있으며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난치병으로 꼽힌다.

연구진은 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 시스템으로 염증성 장질환을 치료할 방법을 찾았다.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은 살아 있는 세포와 무기물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로봇과 달리 전기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작은 크기로 만들 수 있어 의공학 분야에서 주목하는 방식이다. 조류는 녹조류, 홍조류처럼 물에 살면서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생물을 말한다.

연구진은 녹조류 세포를 이용해 염증성 장질환 치료용 마이크로 로봇을 만들었다. 녹조류 세포를 동그란 모양으로 배양한 후 표면에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수용체 ‘MΦNP’를 결합시켰다. 이렇게 만든 로봇은 위산에서도 버티는 캡슐에 넣어 먹는 약으로 만들었다. 마이크로 로봇이 장에서 배출돼 염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사이토카인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마이크로 로봇의 효능은 염증성 장질환에 걸린 생쥐에게 먹여 확인했다. 염증성 장질환을 앓는 생쥐에게 로봇 캡슐을 먹인 후 경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마이크로 로봇을 먹은 생쥐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비중이 크게 감소했으며 혈변 증상이 사라졌다. 조직 검사에서도 손상된 조직이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번 로봇을 먹으면 12시간 이상 효과가 지속됐다.

반면 부작용은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건강한 생쥐에게 10일간 로봇을 먹였을 때도 체중 감소, 독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녹조류를 이용한 마이크로 로봇을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로 사용하면 부작용은 줄이면서도 치료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했다. 기존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는 효과가 일시적이거나 부작용이 있어 현재로서는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500만명에 달하며 국내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2020년 대한장연구학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1.7배, 크론병 환자는 약 2배 증가했다.

녹조류 마이크로 로봇을 질병 치료에 사용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연구진은 지난 1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드’에 폐 전이 흑색종을 치료한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연구진은 녹조류 표면에 항암제인 드리아마이신(성분명 독소루비신)을 결합해 치료제로 만들었다. 마이크로 로봇을 생쥐에게 투여했을 때 생존 기간이 10일 가량 늘어나며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 앞서 2022년에는 폐렴균에 감염된 생쥐에서도 효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왕 교수는 “녹조류 기반 마이크로 로봇은 염증성 장질환뿐 아니라 위염과 같은 소화기 질환의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다”며 “로봇이 스스로 염증 부위를 찾아가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Science Robotics(2024), DOI: https://doi.org/10.1126/scirobotics.adl2007

Science Advances (2024),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n6157

Nature Materials(2022), DOI: https://doi.org/10.1038/s41563-022-013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