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 국가들이 이른 폭염으로 신음하고 있다. 미국에선 북동부와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폭염이 지속되면서 1억명이 넘는 주민이 큰 불편을 겪고 있고, 그리스는 초여름부터 40도를 넘기는 폭염이 이어지며 관광객들의 사망 사고까지 잇따랐다. 이 같은 폭염의 원인으로 ‘열돔(heat dome) 현상’이 꼽힌다.

그래픽=김성규

열돔 현상은 지상에서 5~10㎞ 높이에 고기압이 정체되면서 뜨거운 공기를 가둬 폭염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원 모양의 공기 흐름이 생기기 때문에 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공기가 압력에 의해 지표면으로 침강하면서 압축되고, 갇힌 공기를 태양열이 다시 가열하기 때문에 ‘압력밥솥’에 빗대기도 한다. 열돔 현상이 생기면 평년보다 기온이 5~10도 올라가게 된다. 짧으면 며칠로 끝나기도 하지만, 수주간 지속될 수도 있다.

열돔 현상의 근본적 원인은 지구온난화에 있다는 것이 기상학자들의 설명이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북극권에 기반을 둔 차가운 공기는 열도 근처의 따뜻한 공기가 섞여야 하는데, 북극권의 고온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그만큼 찬 공기의 세력이 약해져 제트기류가 북쪽으로 쏙 들어간 부분이 생기고, 그곳에서 열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페루·에콰도르 일대 동태평양 해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인 엘니뇨가 올해 하반기 해소돼 ‘이상 고온’이 누그러질 전망이지만, 이미 지구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너무 많이 올라 극단적 기후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의 6월 폭염은 이동성 고기압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다. 맑은 날씨가 지속되며 강한 일사(日射) 효과가 지속된 데다, 남서풍까지 불어든 영향인 것이다. 하지만 북태평양 고기압의 북쪽 가장자리에 만들어지는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한국도 열돔에 갇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폭염 일수(일 최고기온 33도 이상인 날)가 31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던 2018년 역시 열돔 현상의 영향이었다. 이달 1∼20일 폭염 일수는 2.4일로 이미 역대 6월 최다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