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간 ‘공동 판매(코프로모션)’ 계약 등 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위식도 역류 질환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온 ‘P-CAB(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 중심으로 구축된 공동 판매 전선이 업계 내 최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지난 4월 5대 제약사 중 두 곳인 대웅제약과 종근당이 손을 잡은 이후, 위식도 역류 질환 치료제 시장 판도는 하반기 더욱 격렬해질 전망이다.

의약품 통계 정보 유비스트(UBIST)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위장약 시장 규모는 1조7000억원이다. 그중 위식도 역류 질환 치료제 시장은 약 1조원 규모다. 위산 분비 억제제는 출시 시기에 따라 크게 1세대 치료제 H2RA(히스타민2 수용체 차단제), 2세대 치료제 PPI(프로톤펌프 저해제), 그리고 3세대 치료제 P-CAB 제제로 나뉜다.

대웅제약은 지난 4월 종근당과 손을 잡고 펙수클루의 공동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 제공

현재 국내 P-CAB 제제 시장은 대웅제약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와 HK이노엔의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이 양분하고 있다. 현재 시장점유율 1위는 국내 P-CAB 제제 시장을 개척한 케이캡이지만, 2위인 펙수클루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바짝 추격 중이다. 지난 4월부터 대웅제약은 종근당과 공동 판매를 본격화하면서 시장 판도가 들썩이고 있다. 상위 5대 제약사로 평가받는 대웅제약과 종근당의 시너지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웅제약 펙수클루는 지난 5월 기준 누적 처방액 955억원을 기록하며, 1000억원 고지를 앞두고 있다. 출시 2년 만에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펙수클루는 출시 이후 전체 P-CAB 제제 시장 확장을 견인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P-CAB 제제와 PPI 제제의 처방액은 총 2391억원으로, 그중 P-CAB 제제 비율이 26.7%(638억원)다. 2019년 1분기의 1.6% 대비 25.1%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상승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P-CAB 제제가 1, 2세대 치료제의 위치를 대체하고 1조원 품목으로 등극할 수 있다.

올 하반기 대웅제약은 종근당과의 협업을 더욱 강화해 펙수클루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종근당은 케이캡 출시 이후 5년간 국내 유통을 맡아왔으나, 지난해 HK이노엔과 결별한 이후 대웅제약과 손을 잡았다. 업계에선 종근당이 케이캡 판매를 통해 쌓은 경험과 영업망을 펙수클루에 활용한다면, 펙수클루가 케이캡의 아성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케이캡은 지난해 유비스트 기준 처방 실적 1582억원을 기록했다. HK이노엔은 지난해 말 보령과 케이캡·카나브의 공동 영업 및 마케팅 계약을 체결했다.

P-CAB 제제는 2세대 위식도 역류 질환 치료제인 PPI 제제의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약물이다. P-CAB 제제는 위벽 세포에서 위산 분비 통로인 ‘프로톤 펌프’를 막아 위산의 과다 분비를 막는다. PPI와 다르게 P-CAB 성분은 스스로 활성화 돼 식사와 상관 없이 복용이 가능하다. 위산 노출에도 쉽게 분해되지 않을 정도로 생존력이 강해 긴 약효가 오래 지속된다. 반면 PPI 제제는 기전상 위산에 의한 활성화 과정이 필요해 약효 발현 시간이 느리고, 반감기가 짧고 불안정해 쉽게 분해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대웅제약 펙수클루는 기존 P-CAB 제제 중 상대적으로 긴 9시간의 반감기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급성위염 및 만성위염 위점막 병변 개선 총 2개의 적응증을 확보하고 있다. 빠른 약효 발현, 신속하고 우수한 증상 개선, 복용 편의성, 낮은 약물 상호작용 및 약효의 일관성, 우수한 야간 증상 개선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HK이노엔의 케이캡은 미란성 위식도 역류 질환,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 질환, 위궤양, 소화성 궤양 또는 만성 위축성 위염 환자에서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 요법 등 4개 적응증을 갖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P-CAB 제제 특성상 빠른 효과 발현 및 긴 약효 지속성 등의 특장점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에서 영업 및 마케팅 분야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나아가 이번 양사의 각기 다른 협업 전략이 한편으로는 P-CAB제제의 전반적인 성장세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