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연구진이 암세포를 죽이는 나노 로봇을 개발했다. 나노 구조 속에 세포를 죽일 수 있는 약물을 숨겨뒀다가 암 종양 근처에서만 내보내는 ‘암살 로봇’이다.
카롤린스카 연구소 의료 생화학·생물물리학과의 비욘 회그버그(Björn Högberg) 교수와 양 왕(Yang Wang) 연구진은 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나노 로봇이 생쥐의 유방암 종양 성장을 70%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세포자살(apoptosis)을 무기로 이용했다. 세포자살은 세포 형태와 생화학적 변화로 스스로 죽는 현상을 말한다. 세포자살이 일어나면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세포 안에 있던 물질도 재활용된다. 이렇게 세포를 깔끔하고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세포자살을 물질을 세포 사멸 수용체(dearth receptor)라고 한다.
카롤린스카 연구소 연구진은 종양의 세포자살을 유도할 세포 사멸 수용체를 아미노산 사슬인 펩타이드 6개로 조립했다. 펩타이드는 단백질을 이루는 최소 단위이다.
문제는 이 무기가 암세포가 아닌 일반 세포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죽일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전물질인 디옥시리보헥산(DNA)으로 만든 나노 구조 안에 무기를 숨겼다가, 암세포 근처에서만 무기가 작동하는 ‘비상정지 스위치(kill switch)’를 고안했다.
인체는 항상 산성도(pH)가 7.4를 유지한다. pH가 7보다 크면 염기, 작으면 산성이다. 암세포 주변은 평소와 달리 산성을 띤다. 정상 세포보다 빨리 자라는 암 세포는 산소와 영양소를 과도하게 소비해 산성도가 증가한다. 연구진은 이 점에 착안해 pH 7.4에서는 나노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다가 pH 6.5 이하 환경에서는 내부 무기를 꺼내도록 설계했다. 덕분에 종양 근처의 미세한 환경 변화에만 반응해 건강한 세포는 보호하고, 암세포만 표적으로 삼아 죽일 수 있다.
연구진은 나노 로봇을 사람의 유방암 종양 조직을 이식한 생쥐에게 주입했다. 그 결과 다른 생쥐보다 종양 성장이 7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제1 저자인 양 왕 연구원은 “실제 인간의 질병과 더 유사한 암 모델에서도 효과가 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면서 “또 이 방법을 사람에게 임상시험하기 전에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특정 암에만 결합하는 단백질이나 펩타이드를 나노 로봇의 표면에 붙여 암을 식별하는 능력을 더 강화하는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
참고 자료
Nature Nanotechnology(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65-024-0167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