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1조4700억원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의 위탁 생산 수주 액수로는 역대 최대이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전체 수주 금액의 42%에 달하는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일 공시를 통해 미국 소재 제약사에서 10억6000만달러(약 1조4723억원) 규모의 CMO 계약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고객사 및 제품명은 비밀 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계약 기간은 2030년 12월 31일까지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6월 체결된 투자의향서(LOI)의 본계약으로, 약 1년 만에 9억4749만달러(약 1조3164억원) 증액된 규모로 체결됐다. 기존 최대 수주액은 지난해 화이자와 맺은 9227억원 규모 계약이었는데, 1.6배에 이르는 금액으로 기록을 다시 썼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계약으로 올 상반기 누적 수주 금액이 2조5000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올해는 약 6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수주액(3조5009억원)의 70% 이상을 수주한 것이다. 회사 측은 “올해 글로벌 제약사와 체결한 계약 7건 중 6건은 기존 계약 생산 물량을 늘린 것”이라며 “강한 신뢰를 쌓은 결과”라고 했다.
이번에 LOI보다 훨씬 큰 규모의 계약이 성사된 배경엔 미국 정부의 중국 바이오 기업 제재 움직임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 의회는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바이오 보안법(안)을 발의하고 제재 대상 목록에 글로벌 3위 CDMO(위탁 개발 생산) 기업인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를 명시했다. 올해 안에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우시바이오로직스와의 신규 계약을 꺼리고, 글로벌 4위 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혜민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바이오 보안법(안)이 통과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속되고 있는 강(强)달러 현상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나증권은 이날 발표한 리포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분기 연결 기준 실적이 매출액 9742억원, 영업익 3159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5%, 24.7%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