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연구팀이 개발한 뇌로 완전히 제어되는 의족을 착용한 환자가 걷는 모습. /네이처 의학

에이미 피에트라피타는 2018년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끓는 물이 담긴 통에 깔렸다. 심각한 화상으로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 했다. 기존 의족으로는 걸음걸이가 자연스럽지 않아 불편을 겪어온 그녀는 최근 신경과 완전히 연결된 로봇 의족을 달고 춤도 출 수 있게 됐다. 그녀는 “생각하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걷게 되니 의족을 했다는 것을 종종 잊을 정도”라며 “잃었던 다리를 되찾은 것 같다”고 했다.

인간의 신경으로 완전히 제어되는 로봇 의족이 개발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다리가 절단된 환자가 실제 다리처럼 뇌로 자연스럽게 제어할 수 있는 의족을 만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1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휴 허(Hugh Herr) MIT 교수는 1982년 빙벽 등반을 하다가 심한 동상으로 두 다리를 잃었다. 이번 논문에는 송현근 MIT 연구원이 제1저자로, 연성호 연구원은 공저자로 참여했다.

기존의 로봇 의족은 사전 학습한 보행 알고리즘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평지에서 걷는 것에는 큰 불편이 없었지만, 움푹 파인 지형을 갑자기 만나거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갈 때는 뒤뚝뒤뚝 절거나 멈춰섰다. 로봇 알고리즘이 사전에 파악하지 않은 지형을 걷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MIT 연구팀이 개발한 뇌로 완전히 제어되는 의족을 착용한 환자가 걷는 모습. /네이처 의학

또 기존 의족은 절단된 다리 수술 부위를 덮고 장착하는 방식이어서 미세한 신경 신호를 포착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손상된 다리 부위의 신경과 의족을 연결해 뇌에서 명령하는 신호가 의족의 동작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다리 절단 부위의 근육(작용근과 대항근)과 신경을 보존해 의족과 연결하는 ‘작용근-대항근 인터페이스(AMI)’ 수술법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근육의 신경 감각 정보를 정상인의 18% 수준으로 회복시킬 수 있었다.

뇌가 다리를 움직이려고 신호를 보내면, 로봇 의족의 컴퓨터가 수신해 움직임을 제어한다. 의족 위치와 움직임 정보는 실시간으로 다시 뇌로 보내는 방식이어서 사용자는 실제로 다리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수술을 받고 의족을 장착한 7명과 일반 의족 환자 7명의 보행 속도를 비교했다. 새 의족을 쓰는 환자군이 대조군에 비해 보행 속도가 최대 41%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 장애물이 있는 환경도 훨씬 자연스럽고 빠르게 걸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