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이탈한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를 포함해 어떠한 행정처분도 내리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또 사직서가 수리된 전공의들이 오는 9월 하반기 수련병원 전공의 모집에 응시하면, 수련 공백 없이 전문의를 딸 수 있게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전공의 공백 장기화로 의료 현장에 혼란이 계속되자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린 것이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 규정도 대폭 완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이렇게 밝혔다. 조 장관은 “오늘부로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에 상관없이 행정 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복귀한 전공의와 사직 후 올해 9월 수련에 재응시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수련 특례를 적용하겠다”며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늦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이탈 전공의에 대해서 ‘기계적 법집행’'을 강조했다. 의료 현장 집단 이탈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 만큼, 이탈 전공의에 대해서는 면허 정지 등 행정 처분을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러나 전공의 집단 이탈 상황이 4개월 넘게 이어지자, 전공의 복귀를 독려하기 위한 당근책을 내놨다.
정부는 지난달 4일 복귀하는 전공의에게 행정처분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제안에도 병원으로 돌아오는 전공의 숫자는 미미했다. 이날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전체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 3756명 가운데 1092명(약 7.9%)가 근무 중이다. 이는 지난달 3일에서 79명 늘어난 것이고, 전날(4일)과 비교하면 12명 가량 줄어든 것이다.
정부는 또 오는 9월 예정된 하반기 수련병원 전공의 모집도 대폭 문호를 넓히기로 했다. 예년에는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로 불리는 비인기 과목만 9월 하반기 모집에 전공의를 뽑았는데, 올해는 결원이 생긴 모든 과목을 대상으로 모집할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복귀한 전공의와, 사직 후 올해 9월 수련에 재 응시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수련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장 지킨 전공의 형평성 문제” 감수
조 장관은 “중증·응급환자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전문의가 제때 배출되도록 수련체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에 따라 내린 결단”이라며 “각 병원은 오는 15일까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를 완료하고, 결원을 확정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는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은 오는 22일부터 시작된다.
정부는 병원 현장에 남았거나, 복귀해 일을 하고 있던 전공의와의 형평성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감수한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전공의들은 아직 수련생 신분이고, (앞으로) 한국의 필수의료를 책임질 젊은 의사”라며 “정부가 비판을 각오하고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장을 지킨 전공의들에 대한 혜택에 대해서도 “전공의 수련과정을 잘 마칠 수 있게 적극 지원하겠다”고만 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의료 인력 수급 추계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고,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정부는 전공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전공의법’은 오는 2026년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근무시간을 단축해 나가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전공의 지도를 담당하는 ‘교육담당 지도전문의’ 등 교수 요원을 지정·확대하고, 전공의가 상급종합병원뿐만 아니라 공공·일차의료, 의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도록 ‘네트워크 수련체계’도 도입한다. 올해 안으로 전공의 수련 종합계획을 세우고, 교육 인프라 확충 등에 대한 국가 지원도 강화한다.
조 장관은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희귀질환 진료에 집중하고,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은 지역 종합병원, 경증은 동네 병의원에서 최적의 진료를 받는 혁신적 의료공급·이용체계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