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근처 머리 뒷 부분을 콕콕 찌르는 듯 통증을 유발하는 편두통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원인이 밝혀졌다. 귀 뒤에 생기는 편두통은 진통제가 듣지 않아 수술로만 치료했다. 발병 원인이 밝혀짐에 따라 새로운 진통제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의대 연구진은 “쥐 실험을 통해 뇌에서 나온 단백질이 뇌척수액과 함께 통증 신호 신경을 자극해 편두통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했다”고 지난 4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밝혔다.
흔히 ‘귀 두통’이라고 부르는 후두신경통은 단순 편두통과 다르다. 두피를 지나가는 혈관이 수축과 확장을 반복해 생기는 편두통과 달리, 귀 두통은 목에서 귀 뒤, 옆머리로 퍼져나가는 후두신경절(삼차신경절)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삼차신경통이다. 일반 진통제가 잘 듣지 않으며 심할 경우 후두신경을 국소 마취하는 후두신경 차단술이나, 후두신경 일부를 힘줄에서 분리하는 후두신경 감압술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귀 두통이 왜 발생하는지 알 수 없었다. 뇌 자체는 통증 수용체가 없다. 통증은 뇌 바깥에 있는 말초신경계에서 일어난다. 말초신경계에 직접 연결되지 않은 뇌가 어떻게 신경을 자극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귀 두통 환자는 대개 통증이 발생하기 5분~1시간 전부터 메스꺼움이나 구토, 빛에 대한 민감성, 무감각 같은 전조 증상을 겪는다. 이때 뇌는 신경 활동이 잠시 중단되는 이른바 ‘피질 확산성 억제(CSD)’라는 현상이 일어난다.
연구진은 귀 두통을 유발한 쥐를 이용해 통증이 일어나기 전의 뇌 활동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CSD 현상이 일어나는 동안 쥐의 뇌척수액에 있는 단백질 1425개 중 11%가 수치가 달라졌음을 발견했다. 대부분 수치가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 같은 단백질 12종은 오히려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 단백질은 통증 같은 감각 신경을 활성화하는 물질이다. CGRP는 기존 두통약의 표적 중 하나다.
연구진은 또한 삼차신경절 주위의 보호층에 틈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틈을 통해 통증 단백질이 가득한 뇌척수액이 신경세포로 흘러 들어가 삼차신경통을 일으킨다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실제로 CSD 직후에 채취한 뇌척수액은 삼차신경 세포의 활동을 증가시켰다. 반면 CSD가 일어난 지 2.5시간 후에 채취한 뇌척수액은 삼차신경세포의 활동을 증가시키지 않았다. 통증 단백질 수치가 높아진 뇌척수액이 CSD 때 삼차신경절에 난 틈으로 들어가 자극해 편두통을 일으키는 셈이다.
마이켄 네데르가드(Maiken Nedergaard) 코펜하겐대 의대 신경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뇌와 말초신경계 사이의 주요 의사소통 경로를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신호 전달 경로이며 귀 두통 외의 다른 두통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약물로 낫지 않는 두통까지도 예방·치료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편두통을 이해하면 뇌의 상태를 더 잘 이해할 수도 있다. 그레고리 두서(Gregory Dussor) 미국 텍사스대 신경과학과 교수는 “귀 뒷 머리의 통증은 뇌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일에 대한 경고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네데르가드 교수도 “통증은 사람에게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 몸을 회복시키라고 경고를 주는 보호적인 의미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뇌척수액 속 단백질이 두통만 일으키고 다른 유형의 통증은 일으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추가 연구를 할 계획이다.
참고 자료
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l0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