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우주국(ESA)이 개발한 아리안 6호가 남아메리카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 기립해 있다./ESA

유럽이 10년 동안 개발한 우주 발사체 ‘아리안 6호’가 발사 준비를 마쳤다. 첫 발사가 예정보다 4년이나 늦춰진 만큼, 이번 발사가 실패하면 유럽우주국(ESA)이 자존심을 구길 수밖에 없다. 아리안 6호에는 한국 연구진이 개발한 초소형 위성도 탑재됐다.

ESA는 한국 시간으로 10일 오전 2시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아리안 6호를 발사한다. 아리안 6호는 지난 30년간 117회의 비행을 마치고 작년에 퇴역한 아리안 5호를 대체할 우주 발사체이다.

이번에 아리안 6호는 초소형 위성 9기를 싣고 지구 저궤도로 향한다. 9기 중에는 한국항공대 연구팀이 제작한 위성 ‘OOV-CUBE’도 같이 실린다. 한국항공대와 독일 베를린공대는 공동 개발한 초소형 위성으로 우주에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부품을 실험할 계획이다. 특히 AI로 궤도에서 이미지를 처리해 우주 데이터 처리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연구한다.

유럽의 새 우주 발사체인 아리안 6호는 2단으로 이뤄져 있고,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를 연료로 사용한다. 1단에는 고체 연료로 추진하는 보조 로켓이 달려있는데, 발사 목적에 따라 2개나 4개를 장착한다. 2단 엔진인 ‘빈치(Vinci)’는 우주에서 재점화가 가능해 임무를 마치고 다시 지구로 재진입할 수 있다. 이러면 대기권과의 마찰로 불타 우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아리안 6호의 높이는 63m, 무게는 보조 로켓을 모두 장착했을 때 900t에 달한다. 아리안 6호가 지구 저궤도로 운송할 수 있는 무게는 10.3~21.6t이다. 이는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의 탑재 중량 22.8t을 밑도는 수준이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탑재 중량은 1.9t이다.

ESA는 아리안 6호 첫 발사가 잘 마무리되면 올 연말에 두 번째 발사를 추진한다. 개발된 지 28년 된 아리안 5호가 이미 퇴역한 만큼, ESA는 아리안 6호로 연간 9~12회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SA는 아리안 6호 발사 비용이 1㎏당 600만원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아리안 5호의 발사 비용 12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유럽우주국(ESA)이 개발한 우주 발사체 아리안 6호./AFP 연합뉴스

아리안 6호는 유럽의 새로운 발사 수단이지만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개발 기간이 4년이나 늦어졌다. ESA는 2014년 이사회 장관급 회의에서 아리안 6호 개발을 결정하면서 첫 발사 시기를 2020년으로 정했다. 하지만 개발 도중 기술적 문제가 발생해, 유럽 위성 발사를 러시아 발사체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유럽이 러시아 발사체 ‘소유즈’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에도 아리안 6호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유럽의 발사체 기술은 계속 뒤처졌다. 아리안 6호의 치명적인 단점은 성능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재사용이 가능한 스페이스X 팰컨9은 탑재체 중량이 아리안 6호보다 조금 많지만, 발사 비용은 1㎏당 360만원 정도로 아리안 6호의 절반 수준이다. 90t을 싣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스페이스론치시스템(SLS), 70t을 싣는 중국의 창정 10호와 비교해 저궤도로 보낼 수 있는 위성도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ESA는 아리안 6호 발사를 두고 유럽의 발사체 독립성을 되찾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ESA는 오는 2030년까지 재사용 발사체 ‘아리안 넥스트’ 개발을 마칠 계획이다. 루시아 리나레스(Lucia Linares) ESA 우주수송책임자는 “모든 국가가 우주에 접근할 때 누구에게도 의존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 기관의 임무 수행을 위해 아리안 6호를 개발했고, 공공 부문이 발사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핵심 이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