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아내인 송영숙 회장이 8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송 회장과 딸 임주현 부회장은 최근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게 지분 일부를 매각하고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송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한미 지분을 해외 펀드에 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과, 선진화된 지배 구조로 가야 한다는 판단으로 신 회장이 저희(모녀)에게 손을 내밀었다”며 “신 회장을 중심으로 전문 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새로운 한미그룹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미그룹 송영숙 회장

한미그룹은 송 회장과 딸, 그리고 임종윤·종훈 형제로 나뉘어 경영권 분쟁을 벌여 왔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는 신동국 회장의 지지를 받은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경영권을 얻었다. 하지만 이후 3개월간 주가가 30%가량 떨어지고, 상속세 재원 마련 방안이 나오지 않자 신 회장이 모녀 측과 손을 잡았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현재 둘째 아들인 임종훈 이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하지만 신동국 회장과 송영숙 회장 모녀 측이 새로 이사회를 꾸린 뒤 전문 경영인을 새 대표로 선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우호 지분을 합쳐 약 48%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송영숙 회장의 퇴진 후에도 딸 임주현 부회장은 회사에 남는다. 하지만 신동국 회장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신 회장이 모녀 측에서 지분 6.5%를 매입하게 되면 한미사이언스 지분 18.93%를 가진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반면 지분 매도 후 송 회장 모녀 측 지분은 15.86%로 줄어든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 지분은 20.94%다. 재계 관계자는 “송영숙 회장 모녀 측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상속세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안다”며 “신동국 회장도 모녀 측과 의결권 계약을 체결하면서 직간접적으로 그룹 경영에 관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