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국가의 연구개발(R&D) 예산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다만 연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적절한 중간점을 찾아 합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윌리 E. 메이 미국과학진흥회(AAAS) 회장은 11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의 국가 R&D 예산 삭감 사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AAAS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를 발행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과학 학술 단체다. 전 세계 과학계에서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이 회장은 2023년부터 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메이 회장은 예산 삭감은 미국 과학계에서도 큰 이슈라고 말했다. 올해 메이 회장이 45년간 일했던 미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도 예산이 깎였다. NIST에 투입한 예산이 다른 국가에 더 이익이 될까 우려한 것이다. 메이 회장은 “국가별로 우선순위가 다르고 이해관계도 복잡한 만큼 예산을 결정하기 까다롭지만 연구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과학자들이) 싸우고 또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AAAS도 다양한 연구기관의 예산안을 옹호하며 로비 등을 통해 과학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날 메이 회장은 R&D 예산뿐 아니라 미국 청소년들이 예전만큼 과학 분야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점도 우려했다. 학생들이 순수 과학보다는 테크 분야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이야기다. 한국이 의대 쏠림 현상으로 이공계 인재 부족을 걱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메이 회장은 “학생들에게 과학기술의 필요성과 장기적으로 어떤 성취를 이룰 수 있는지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 기술이 국가에 도움이 되는 만큼 애국심을 강조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AAAS는 펠로우 제도를 통해 젊은 과학자들도 지원하고 있다. 동시에 과학자들이 의회의 자문 역할을 하며 예산 지원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이해하도록 돕는다. 메이 회장은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교육과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며 “과학계 인재를 꾸준히 유지하지 못한다면 미국이 중국에 추월당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