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사들이 미래 고객인 약대생을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조선DB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달 23~28일 덕성여대와 이화여대 약대 재학생 2명과 ‘미국 바이오클러스터 투어’를 다녀왔다. 이번 투어는 회사가 주최한 ‘약대생 아이디어 공모전’ 수상자에게 최신 신약 개발 동향과 현장 경험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약대 학생 두 명은 메릴랜드 록빌에 있는 한올바이오파마 미국 법인을 견학하고 보스턴에서 하버드 의대의 김광수 교수와 글로벌 제약서에 근무하는 한국인 약사들도 만났다.

미래 고객인 약대생을 잡기 위한 제약사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약대생들은 졸업 후 약국을 개업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의사 처방이 필요없는 일반 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약사들에게 매출로 이어지는 ‘잠재 고객’으로 통한다. 제약사들이 약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 공모전부터 해외 견학 기회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일 한국존슨앤드존슨판매(켄뷰)는 ‘2024 약대생 앰버서더’ 발족식을 열었다. 프로그램의 목표는 ' 진로 탐색’이지만, 8월 22일부터 8주 동안 예정된 프로그램을 보면 ‘개업 약사’에 초점을 맞췄다. 회사는 앰버서더 20명에게 약국 업무 강습과 의약품 유통업체 견학, 약대 졸업생들 커리어 특강 등을 제공한다.

켄뷰는 해열제인 타이레놀, 금연약인 니코레트, 탈모치료제인 로게인과 같은 일반의약품 브랜드와 리스테린, 클린앤클리어, 뉴트로지나 등 의약외품 브랜드를 갖고 있다. 의사 처방이 필요없는 제품을 판매하는 데 개업 약사의 입김이 가장 세다.

한올바이오파마 약대생 미국 바이오 클러스터 투어. NIH 지영미 박사, 장나영 학생, 김예진 학생 (앞줄 왼쪽 세 번째부터)/한올바이오파마 제공

약대생 공모전도 풍성하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6월 ‘저출산 고령화 시대 약사의 역할’을 주제로 전국 약대생 대상 공모전을 개최했다. 공모주제는 비대면 진료, 약사정책 홍보물, 내가 만든 일반약 광고 등으로 신약 개발 같은 전문성과 큰 연관이 없다. 총 상금은 2000만원이었다.

약대생을 위한 전용 장학금 제도를 운영하는 제약사도 있다. 한독제석재단은 매년 약대생 2명을 뽑아 장학금 200만원을 지급한다 지난해에는 아주대와 숙명여대 약대생 2명을 뽑았다. 한독제석재단은 한독과 한독 창업주 고(故) 김신권 회장이 기부해 2006년 3월 출범한 재단이다. 한독은 관절 진통 소염제인 케토톱과 소화불량 치료제인 훼스탈 등 일반의약품 브랜드를 여럿 갖고 있다.

물론 전공을 따지지 않고 대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제약사들도 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1월 수도권과 대구·경북 대학생 178명을 대상으로 제약∙바이오 산업 현장 견학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동아제약은 지난 2019년까지 22회에 걸쳐 100여명의 대학생을 선발해 600㎞에 육박하는 국토를 횡단하는 ‘대학생 국토대장정’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이후 행사가 재개되지는 않고 있지만, 그 전에는 매년 9000명에 육박하는 대학생이 지원할 정도로 경쟁률이 치열했다.

동아제약인 지난 2017년 실시한 제20회 국토대장정 모습/동아제약 제공

종근당고촌재단은 1973년 설립 이후 51년 동안 대학생 1만 144명에게 장학금 711억원을 지원했다. 고촌재단은 종근당 창업주 고(故) 고촌(高村) 이종근 회장의 사재로 설립됐다. 재단은 2010년부터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지방 출신 대학생들에게 종근당 고촌학사를 무상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촌학사는 종근당 이장한 회장이 전·월세난으로 주거가 불안정한 대학생들을 돕기 위해 제안한 대학생 무상주거지원시설이다.

유한양행 설립자인 고(故)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유한재단은 지난 1970년 설립 이래 올해까지 55년간 전공과 무관하게 우수한 대학생을 선발해 졸업까지 등록금 전액을 지급해왔다. 장학금 지원금액은 총 260억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