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11일(현지 시각) 먹는 비만 치료 신약 후보물질인 ‘다누글리프론(danuglipron)’ 개발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부작용이 커 개발을 중단했다가 후보물질의 개발 경로를 바꿔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화이자는 다누글리프론을 하루에 한 번 먹으면 되는 새로운 제형의 비만 치료제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현재 진행 중인 다누글리프론에 대한 약동학 시험의 새로운 결과를 바탕으로 1일 1회 복용하는 소분자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수용체 작용제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누글리프론은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여러 비만 치료 후보물질 중 하나다. GLP-1 유사체를 먹는 약으로 개발하고자 소분자 화합물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GLP-1은 음식을 먹으면 위나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식사 후 포만감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모방한 성분도 포만감을 높여 채중을 줄인다.
현재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와 미국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는 모두 일주일마다 맞는 주사제이다. 화이자는 같은 GLP-1 유사체 계열이지만 주사제가 아닌 알약으로 개발해 선발 주자들을 추격하겠다는 전략이다.
미카엘 돌스턴(Mikael Dolsten) 화이자 R&D 최고과학책임자·사장은 “다노글리프론은 이미 1일 2회 제형에서 우수한 효능을 입증했다”며 “1일 1회 제형이 경구 GLP-1 분야에서 경쟁력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화이자에 따르면, 다누글리프론에 대한 1400명 대상 임상시험에서 간수치 악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회사는 개발 제형에 관한 세부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올해 하반기 복용량 최적화 연구도 수행해야 한다. 연말에 최적 용량이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이 회사는 다누글리프론을 1일 2회 복용하는 알약으로 개발에 도전했다가 지난해 임상 2상 시험에서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의 부작용이 확인돼 개발을 중단했다. 당시 성인 600여명이 32주간 200㎎을 복용하자 체중이 6.9~11.7% 감소했다. 대게 10% 안팎의 체중 감소가 이뤄져야 비만 치료제의 효과가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부작용이 커 임상시험 참가자 대다수가 약물을 복용하지 않자 화이자는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화이자가 다른 GLP-1 계열 약물을 개발하면서 위험 방어(리스크 헷지) 목적으로 다누글리프론을 개발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미국의 한 전문가는 의료전문지 스탯(STAT)에 “화이자가 다누글리프론의 임상 3상을 진전시키는 데 전념하지 않았으며, 추가 연구만 전념했다”면서 “화이자가 개발 중인 다른 GLP-1 계열 약을 위해 시간을 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도 먹는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올해 노보 노디스크는 알약 형태의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아미크레틴’의 임상 1상 시험 초기 결과를 발표했다. 아미크레틴을 1일 1회 복용한 비만환자들은 12주 후 13.1% 체중이 감소했다. 지난해 6월 일라이 릴리는 오르포글리프론을 36주 간 하루에 한 번 45㎎ 복용한 결과 14.7%의 체중 감량 효과를 거뒀다는 임상 2상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