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 /IMDB

2002년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2054년을 배경으로 최첨단 치안 시스템인 ‘프리크라임’이 등장한다. 프리크라임은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범행을 저지를 사람까지 예측한다. 국내 연구진이 이와 비슷하게 감시 카메라(CCTV)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범죄 위험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해, 이르면 내년 말부터 상용화할 계획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은 CCTV 영상, 범죄 통계정보 등을 분석해 범죄 징후를 감지하고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자뷰(Dejaview)’ 기술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데자뷰는 대다수의 범죄가 과거 범죄와 유사하게 반복되는 경향에 착안했다. 과거 범죄의 유형, 방법, 장소, 시간 등 상황과 현재 상황을 AI로 비교·분석해 범죄 위험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데자뷰는 시공간 중심으로 범죄를 예측한다. 예컨대 한 남성이 늦은 시각 여성을 미행하다가 집까지 따라 들어가려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일반적인 CCTV로 보면 남자와 여자가 각자 갈 길을 가는 평범한 상황이다. 하지만 데자뷰 기술은 해당 지역과 시간에 성범죄 발생 빈도를 미리 파악하고, 실제 여러 CCTV상에서 남자가 여자를 따라가는 장면이 연속해서 포착되면 범죄 위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려준다. 경찰은 데자뷰의 범죄 경고를 파악해 현장에 출동하게 된다. 김건우 ETRI 인공지능융합보안연구실 책임연구원은 “과거 범죄 등의 통계정보를 학습한 AI가 실시간 CCTV 영상을 자동 분석해 범죄 상황과 유사도를 비교·측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ETRI의 데자뷰 기술 화면. 늦은 시각 남성 2명이 앉아 있는 여성에게 접근하자 범죄 위험 확률 등이 올라가는 모습. /ETRI

데자뷰 개발을 위해 ETRI는 서울 서초구와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지역 내 3만2656건의 CCTV 사건·사고 빅데이터를 분석해 ‘범죄예측지도(PCM)’를 개발했다. 범죄를 발생 일시, 장소, 사건 유형별로 정형화해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보여주고, 실시간 범죄 위험도를 화면에 보여준다. PCM의 범죄예측 성능은 82.8%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군 전자감독(발찌) 대상자를 대상으로는 개인의 재범 위험도 예측한다. ETRI는 “각 지자체와 관제 기관과 협력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상용화 시점은 내년 말로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